구도자의 성장기
이 영화를 보면서 '김고은 연기 잘하네'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보를 찾아 보다가 김고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박소담이라는 배우였군. 김고은과 박소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닮은듯. 박소담의 연기 인상적이었다.
'구마'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얼핏 보면 죄의식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죄의식을 가진 젊은 구도자가 있다. 그는 어릴때 사고로 동생을 잃었다. (짐승에게 당하면 연옥에 간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일종의 죄의식 때문에 구도자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체질에 안 맞는 신학대학에 다니느라 7학년까지 겨우겨우 버틴다.
그러다 구마 의식에 참여하게 된다.
표피만 보면 죄의식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지만 가톨릭 종교개혁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등장하고 (여고생에게 빙의된 악령은 가톨릭 종교 개혁 때 파문당한 신자인듯 보인다. 가톨릭에서 가장 큰 벌은 파문으로 그 당시 파문을 당하는 것은 지옥행을 뜻했다고 함. 여고생이 빙의가 된 상태에서 "너희들이 미웠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약간 관련이 있는듯 하다. 가톨릭 종교개혁에 의해 희생 당한 사람의 영혼이 악령이 되어 여고생에게 빙의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두려움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 있어서 '두려움에 맞서는 법'에 관한 이야기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그는 어린시절 두려움 속으로 숨었다. 그는 제대로 된 회개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또는 않은 채) 사제가 되는 길을 밟는다.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을 응시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구마의식'의 참여이다. 구마의식에 참여하고 두려움에 떨던 그는 역시 도망을 가지만, 죄의식 때문에 (어린시절 사나운 개로부터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한다. 돼지를 안고 강으로 뛰어든 장면에서 그의 희생정신이 잘 드러난다. 다행히 그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여고생도 살아나게 된다. 그의 세례명은 남들 다하는 세례명은 싫어서 직접 고른 것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데 '아가토'이다. 수호성인을 뜻하는 아가토라는 세례명은 착하다, 선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306년에 순교한 아가토 성인은 구마사, 순교자였다고 하는데 그가 강에 뛰어내린 장면으로 미루어 생각해볼 때 306년에 순교한 아가토 성인에서 따온 세례명이 아닐까 싶다.
두려움 속으로 숨을 때,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두려움이 본질을 보는 눈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응시하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 그는 두려움을 극복한다.
그런 점에서 신심도 깊지 않았으면서도 건성건성 구도자의 길을 걷던 젊은이가 구마의식을 통해 각성하게 되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로 구도자의 길을 걷게 된 남자의 성장기로도 읽히는 측면이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구마의식은 허구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러한 사실이 잠깐 언급된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해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졌던 영화이기도 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인 것 같지만 쉽게 재미있게 잘 풀어낸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