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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07. 2017

아비 그리울 때 보라

인간과 인간을 잇는 이야기

책을 부르는 책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은 표지가 전단 형태로 커버를 벗겨내면 안에 난다에서 나온 책들에 관한 소개가 나와 있는데 책의 디자인도 그렇고 제목이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이런 책들은 으레 가지치기 독서를 불러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왜 소설가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다양한 글씨체가 뒤섞인 임경업전의 말미에 짧은 필사 후기가 덧붙었다. 결혼한 딸이 아우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친정에 와선 임경업전을 베끼다가 마치지 못하고 돌아간다. 아버지는 소설 애독자인 딸을 위해 종남매와 숙질까지 불러 함께 필사를 마친 뒤 마지막에 이렇게 적는다.
 
"아비 그리운 때 보라". 소설을 받아본 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손끝으로 아버지의 글씨를 만지며 고마움의 눈물을 쏟지 않았을까. 여기서 소설은 몇천 원의 상품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다. 소설이 이렇듯 인간과 인간을 잇는 선물이라면 평생 매진할 만하다고 느꼈다. (83쪽) 아비 그리울 때 보라, 김탁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가난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하고 누구나 이야기를 소비하고 즐긴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생겨났을 리가 없고 다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배우도 있을 리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만든 이야기를 소비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객도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삶 자체가 '이야기'이지 않은가. 안네 프랑크가 매일매일 써 내려간 그 일기가 개인의 사적인 기록이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고 생생한 시대의 증언이 된 것처럼. 우리는 매일 이야기를 생산해내고 이야기를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대화를 통해 일을 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소비하고 생산하며 살아간다. 이야기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거창한 무언가가 아닐지라도 한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또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무언가로 기능하기도 한다. 또 문학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하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눈도 갖게 된다. 여기에 이야기의 효용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가인 저자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써의 치열한 고민을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녹여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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