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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09. 2017

억남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일본에는 서점 직원들이 주는 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은 '일본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은 책'에 선정된 책이라고 한다.


돈이 많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분명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의 가장 큰 특징과 공통점 중 하나가 '돈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돈을 좋아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왔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중국의 가장 큰 부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동전도 줍는다고 했던 내용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대신 그 사람은 자신의 돈만 주웠다고 하는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모세라는 인물은 다른 사람의 동전도 줍는다고 나왔다.

나는 내 돈인 경우에는 작은 동전이라도 떨어뜨리면 꼭 줍는 편이다. 왜냐하면 내 돈이기 때문이다. 그 돈에 집착해서라기 보다는 돈이란 쓰는 것은 쉬워도 벌어들이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남이 떨어뜨린 동전은 줍지 않는다. 작은 돈이라도 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으려다 실수로 동전을 떨어뜨린 일이 있다. 그때 내가 동전을 줍는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이 "지폐도 아니고 동전을 줍느냐"라며 비웃었다. 2011년에 있었던 일인데 이 일화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일기장에 써 두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은 아마도 자기 힘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어른'이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돈이란 물론 많으면 좋은 것이겠지만 돈이 많다고 과연 행복해질까? 로또 당첨금 때문에 가족 간에 불화가 일어나는 일도 얼마든지 있고.  돈 때문에 오히려 인생이 안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고.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일도 왕왕 있는 것이 이 세상이다.


돈이란 너무 많아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인 것만은 사실이겠지만 많아서 나쁜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어찌됐든 돈이 많으면 살기 편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데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까? 그건 꼭 아닌 것 같다. 돈을 움켜쥐고 쓰지 않으며 구두쇠처럼 평생 돈만 악착 같이 모았던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너무 과로를 해서 그 돈을 써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라면? 그 인생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사람의 이야기가 리얼스토리 눈에 나오기도 했었다. 미장원을 운영하며 거액의 자산가가 되었는데 병에 걸려 죽고 사실혼 관계였던 동거남이 그 돈을 다 차지하려고 곁에서 병간호를 하고 자식들과 싸우고. 뭐 그런 이야기.

돈이란 돌고 돌아 돈이라는 말도 있고, 돈이 효자 노릇을 대신한다는 말도 있고, 꽃다발보다 돈다발이 더 향기롭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나의 행복을 위해 쓰일 수 있으면 제대로 쓰여지는 것일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서 그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그 여행을 위해 지불한 돈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듯이. 돈이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쓰일 때 크든 적든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동생의 빚을 갚느라 낮에는 도서관에서 밤에는 빵공장에서 빵 반죽을 하며 가족과 헤어져 지내고 있는 남자가 우연히 얻게 된 복권이 1등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한순간에 많은 돈이 들어오자 그는 복권에 당첨된 이후의 삶이 피폐하게 변한 사람들의 사례를 접하고 '돈과 행복'의 정답을 찾아 학창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를 찾아간다.

그 친구는 억만장자가 되어 있었는데 친구는 그에게 3억엔의 복권 당첨금을 모두 현금으로 받아 오라고 말하고 그는 그의 말대로 한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의 3억엔이 든 가방을 들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를 찾기 위해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을 찾아가면서 30일 동안 돈과 행복의 정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내용이 철학적이라 좋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빨려들어가듯이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사실 결말이 궁금해서 미리 읽어봤을 정도였지만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내려갔을만큼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었다.


우리의 목숨을 이어주고, 내일로 또 내일로 살아가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드러운 대형 목욕 타월, 바람에 흔들리는 레이스 커튼, 베란다에서 펄럭이는 빨래, 나란히 꽂혀 있는 칫솔, 막 구워낸 빵, 달콤한 사과, 방금 내린 커피, 한 송이 튤립 꽃, 웃는 얼굴의 가족사진, 기분 좋은 음악. 그 모든 것을 어쩌면 돈으로 사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행복은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고서는 가질 수 없다. 혼자서는 어렵다,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고서는. 그런 행복한 한때는. (241쪽) 억남.  가와무라 겐키 지음, 양윤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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