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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19. 2017

애호가들

삶을 견디는 각자의 방식

예전에 한 친구가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간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로도 들렸다.

태어나기 위해 애쓴 결과로 주어진 삶이겠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주어진 삶에 대한 감사보다는 때로는 '버티고 이겨내고 견뎌내야 하는' 어떤 것으로 삶이 생각되는 순간들도 더러 있다. 그럴 때는 솔직히 감사보다는 살아내야만 하는 내 몫의 삶의 무게에 감사의 마음이 짓눌리는 경우가 더 많은 법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 속에서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은 쓰인 것 같기도 하다.

삶에 압사당하지 않기 위해, 살아내고 버티기 위해 각자가 선택한 방식. 이 소설집 속에 실린 이야기들은 삶을 견디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2번 읽었다. 보통 다 읽은 책은 다시 잘 안 읽는데 이 책은 두 번 읽었다. 그냥 또 읽고 싶었다. 2번 다 해설은 읽지 않았다. 보통 해설은 내 식대로 생각해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해설은 나름 독후감이랄까, 감상문 같은 것을 써본 후에나 읽어보는 편이다. 이 소설집의 홍보 문구로 인용된 이 책의 몇 문장들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관심이 갔던 소설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레바논의 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잊는다. 레바논의 밤에 등장하는 인물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남자다. 신착도서를 정리하는 사이 그와 친분이 있었지만 일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장'이 다녀간다. 그리고 장이 다녀간 후 그는 책장 사이에 숨겨진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164.3들236ㄱ부터 169.9지739ㄲ에 걸쳐 있었다. 165아225부(『부정변증법 강의』)를 뽑으면 고부라진 손이 보이고 166.8푸825와(『광기의 역사』)를 뽑으면 핏기 없는 발목이 모습을 드러내는 식이었다. 부릅뜬 눈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책은 『침묵과 사물』이었다. (14~15쪽)


그는 이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그는 복잡한 일에 휘말리는 것이 두려워서 못본 척 한다. 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장을 기다리지만 장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장 대신 장의 헤어진 여자친구가 나타난다. 그는 장의 헤어진 여자친구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 적이 있다. 그 일로 장과 그녀가 헤어진 건 아닐까 걱정하지만 그녀는 그 일은 장의 부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말만 할뿐 무엇 때문에 둘 사이가 벌어졌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녀 역시 서가에 있는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이 일에 장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시체를 모른 척하지만, 책을 대여하러 온 누군가가 얼핏 서가에 숨겨진 시체를 본다. 물론 얼핏 보았기 때문에 그는 주인공이 대충 얼버무리며 둘러대자 책을 대여해 도서관을 나간다. 그리고 장의 헤어진 여자친구는 그에게 시체를 치우자고 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시체를 묻는다. 그 남자가 누구이며 왜 죽었는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대신 두 사람은 그것을 그냥 못본 척하고 묻어버리기로 한다.

진실은 두 사람의 암묵적 동의에 의해 묻히고 평화는 유지된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일상은 흘러간다.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대신 잊거나 모른척 하는 것으로 평화를 유지하려 해보지만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 어떤 상흔으로 남고 그것이 한 남자의 시체로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호가들

번역 작업도 하며 교수 임용을 바라면서 시간 강사를 하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번역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 와중에 출판사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오게 되고 그는 시간 강사를 그만둘 생각을 갖게 된다. 그는 속으로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며 경멸하는 오영한의 교수 임용 소식을 듣게 된다. 오영한의 임용 축하연에 초대를 받게 되고 시간강사 일을 완전히 끝내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는 오래된 연인과의 관계도 정리하고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번역 작업을 하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생각에 들뜬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그의 번역이 다른 역자의 번역을 표절했다며 그에게 일을 맡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오영한의 임용 축하연이 언제인지 알아보는 전화를 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새로운 출발을 꿈꾸지만 결국 현실의 벽을 느끼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찬물로 샤워를 한 뒤 커피를 내리려던 차에 원두가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인터넷으로 새 원두를 주문했다. 그러고는 조교실에 전화를 걸어 오영한의 임용 축하연이 언제인지 물어보았다. 다음주 수요일이었다. (57쪽)


하나의 미래

오하나라는 여자와 그녀를 만나 신경안정제를 나눠 먹게 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외주 편집자로 일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은 신경안정제 때문에 잠에 취해 있다. 그는 많은 양의 원고를 읽느라 늘 허덕인다. 잠에 취해 허덕이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졸음을 쫓느라 허덕인다. 그는 삶이 지루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주이라는 친구 (요즘 말로 '여자사람 친구')의 권유로 연극 대본을 읽는 바르샤바 낭독회에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하나를 만난다. 오하나는 여고생으로 그와 곧 가까워진다. 그는 불면증이 있다는 오하나에게 자신이 먹는 신경안정제를 몇 알 나눠주게 된다.


이를 계기로 주인공과 오하나는 그의 집에서 자주 만나 신경안정제를 나눠 먹고 잠을 잔다. 그러다 어느날 에어컨 문제로 오하나가 자신의 집에서 만나기를 제안한다. 주인공은 오하나와 오하나의 집에서 신경 안정제를 나눠 먹고 잠에 취해 있게 되는데 그날따라 일찍 집에 들어온 오하나의 아버지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호되게 혼이 난 주인공은 (그마저도 잠에 취해 있느라 오하나의 아버지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그 이후로 오하나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몇 개월 후 주이라는 친구로부터 오하나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신경안정제 수십알을 먹고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하나의 죽음을 통해 오하나가 영원히 잠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안정제를 먹었을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을 견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할지를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는데 그는 땡볕에 선 채 오하나가 어떻게 자라왔고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이이며 얼마나 밝은 미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나 하나만 사라지면 모든 찬란한 미래가 오하나를 향해 앞다퉈 밀려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81쪽)


여름의 궤적

이혼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오래전 이혼을 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에 연구생으로 와서 기초 조선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국어를 꽤 잘하는 일본 여학생이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위해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은 여학생이 알려준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여학생이 말해준 우에노 공원에 갔다가 자연사박물관에 들어가게 된다.


자연사박물관에서 우연히 거대한 포유류의 뼈를 보게 되는 남자는 그 포유류의 이름이 인드리코테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거대한 포유류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이 인드리코테리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점에 들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이혼한 전 부인을 만난다.


전 부인은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통역을 해줄만한 사람이 있는지 그에게 물어보고 그는 일본 여학생을 소개시켜준다. 그리고 일본 여학생은 다시 남자친구와 만나게 되었다고 그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본 여학생과 주인공, 그리고 일본 여학생의 남자친구, 주인공의 이혼한 전 부인은 자연사박물관에 함께 가게 된다. 함께 인드리코테리움을 보며 이혼한 전 부인은 혼잣말처럼 "이것들도 ······자기들이 영원할 줄 알았겠지?"라는 말을 남긴다.

이후 주인공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일본에서 있었던 그날의 일을 회상하며 인드리코테리움처럼 자신과 이혼한 전 부인, 일본 여학생과 그의 남자친구가 이 세상에 없을 먼 미래를 생각한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인드리코테리움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만큼 그 생물을 보고 전율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들도 ······ 자기들이 영원할 줄 알았겠지?"


음악의 즐거움

록큰롤 밴드를 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밴드 멤버 중 한 명이 전립선암에 걸린다. 끝장나는 곡을 만들고 싶었지만 끝장나는 곡도 쓸 수 없었고 그저 그런 록큰롤 밴드의 멤버로 생활해오던 중 밴드 멤버를 통해 전립선암의 위험성에 대해 알게 되며,  삶의 유한함과 음악의 즐거움조차도 가지지 못한 채로 음악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창문의 스위치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삶이 지루하다. 그래서 그리스 비극을 외운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성당에 다니는 이모는 그에게 고해성사를 하도록 하고 그는 사는 게 지루해서 그리스 비극을 외운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장례식 후 그는 그리스 비극만 평생 번역해온 노인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문득 할아버지가 자살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신부에게 할아버지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고 신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그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옥에 가야 하느냐고 말한다.


저는 이제 스무살에 불과한데도 삶이 너무 지루합니다.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지루해요. 시간은 개같이 느리게 흐르고요. 이걸 언제까지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런데도 제 할아버지는 죄를 지은 건가요? 단지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요?" (154쪽)


북방계 호랑이의 행동 반경

로스토프라는 북방계 호랑이가 동물원에서 탈출한다. 백수인 주인공은 회사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집을 나갔다. 회사를 나오게 된 건 그의 잘못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맥주를 만드는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관리하던 맥주 탱크에 의자가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바로 부장에게 보고를 하지만 부장은 없던 일로 하자며 맥주를 그냥 출고시키고 이 사실이 발각되어 난리가 난다. 부장은 네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며 그의 복직을 약속하고 그는 회사를 나온다.


그러나 복직은 물건너가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아내에게 이혼하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사업을 말아먹고 쉬고 있던 필수라는 친구는 그에게 동물원을 탈출한 호랑이를 잡으러 가자고 말하고 그는 더 이상 나빠질 것 같지도 않은 삶에 넌더리가 나서 이를 흔쾌히 수락한다.


고양이 탐정이라는 사람과 주인공, 주인공의 친구는 가방에 수면제를 넣은 생닭 스무마리를 담아 산을 헤매고 다니지만 호랑이는 발견하지 못한다. 고양이 탐정은 애초부터 호랑이를 잡을 생각이 없었고 수면제를 넣었다던 생닭에도 수면제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는 그냥 가출한 굶주린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와 출출한 배를 생닭으로 요리를 해 채운다.


그리고 고양이 탐정과 필수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은 호랑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호랑이가 조금 더 이 세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호랑이가 있어야 할 곳은 동물원의 작은 우리가 아니다. 직장을 잃고 집에만 있게 된 남자 역시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좁은 집 안은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자리를 맴돌며 해고된 직장에서조차 떨쳐지지 않으려 노력하던 그는 호랑이를 보며 자신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의 행동 반경은 너무나 좁았으니까. 우리 안에서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을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 밖으로 나온 호랑이를 보며 그는 어떤 경외감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가 동물원 우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는 조금 더 이 세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갇혀 있지 않되 갇힌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로스토프는 흐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걸었는데 검은 줄무늬가 어지러이 수놓인 황금색 털이 가로등 빛을 받아 부드럽게 반짝였다. 그가 두툼한 앞발로 땅을 디딜 때마다 흰 눈가루가
가볍게 피어올랐다. 나는 그대로 서서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가 걷는 것을 바라보았다. 로스토프는 곧 골목 뒤쪽으로 사라졌고 나는 그가 사라진 후에도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가 조금이라도 더 이 세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78~179쪽)


지평선에 닿기 

연인 사이였던 서지연이라는 여자와 친구로 지내던 중 그녀에게 일어난 일과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쌍둥이었는데 그녀가 어렸을 때 그녀의 동생이 어느날 집 앞마당에서 흙장난을 하던 중 사라진다.


어머니가 장을 보러 간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가 한 명밖에 없자 무심코 주연이는 어디 갔느냐고 물었는데 사실 그 주연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이름이었다. 사라진 아이의 이름은 서지연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왠지 그 사실을 밝히지 못했고 사라진 동생 서지연은 죽은 채 발견된다. 동생이 죽어서 나타나자 자신이 사실은 주연이라는 것을 더욱 밝힐 수 없게 된 그녀는 그래서 그 이후 서지연으로 살아오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는 형이 사고를 일으켜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건을 겪게 된다. 서지연은 그에게 아버지가 권총을 입 안에 쏘아 자살을 했으며 이후 어머니가 암에 걸려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어머니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하며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날  어머니에게 자신은 사실 주연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같이 가줄 것을 부탁한다. 그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녀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주연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마치 지연이라는 아이가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녀에게 말을 한다.

치명적인 내상을 입힌 어떤 사건들을 겪은 가족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거나 마주하는 대신 그들은 그 일을 일어나지 않았던 일로 만들어버린다. 마주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은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든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더 크게 상처 받는다.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지 못하고 위로 받지 못한 채 그저 생을 견디며 살아왔기에. 삶을 견디는 방식, 기억과 조우하는 그들의 방식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회피'이며 '망각'이었다.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또한 답답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삶은 너무 지루한 것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빨리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또 누군가는 과거에 갇혀 현재의 삶을 버린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작품 속 인물들은 그 누구도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지금의 삶을 벗어던지고 싶지만 결코 벗어던지지 못한 채 삶에 붙들려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애호가들'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어쩐지 슬프기도 했고 또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삶은 어쩌면 순간 속에 있고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느끼는 것이 삶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현재에 살아있음으로 충분한 어떤 것. 현재를 느끼고 현재를 붙잡으며 순간 순간 충만한 행복을 느끼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능동적으로 이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기도 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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