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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29. 2017

호저 로드리그

내 모습 그대로가 가장 좋은 걸

호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라는 책에서 호저라는 이름을 발견한 뒤였다. 산미치광이는 호저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호저의 가시는 강력해서 벽돌에까지 가시가 박힐 정도라고 한다. 호저의 가시가 한번 박히면 뽑아내기 힘들고 가시가 뽑히더라도 털처럼 다시 난다고 한다.  가시에 독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듯.

아무튼 호저라는 동물에 대해 알고 있어서인지 호저가 주인공인 책이라서 조금 새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호저는 일반적으로 그 가시 때문에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로드리그'라는 이름의 '호저'가 주인공이다. 호저 로드리그는 자신의 가시가 늘 고민이다. 버터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가졌지만 로드리그의 가시 때문에 아무도 로드리그 곁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해도 가시 때문에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저 로드리그는 수영모로 가시를 감추려고도 해보지만 뾰족한 가시가 수영모를 뚫어버리고 비눗방울을 만져보려고 하자 비눗방울이 터져서 어린아이를 울리기도 한다.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해 가시를 뒤로 곱게 빗어 넘겨도 금방 뾰족뾰족 위로 올라온다.

로드리그는 고민 끝에 체리를 머리에 달아보기도 한다.


파니 졸리 글, 레미 사이아 그림 <호저 로드리그> 한국몬테소리 펴냄

다시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체리가 제철이었습니다. 난 빨갛고 통통한
체리를 골라서, 가시털에 끼웠어요. 하지만 새들에게도 체리가 제철이었습니다.
나는 그것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새들이 체리를 모두 먹어 버리자 그마저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체리를 보고 달려든 새의 깃털만 의도치 않게 모두 뽑아버린 로드리그.

로드리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콜키쿰밭에 가게 된다. (콜키쿰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9월 하순에 잎 없이 꽃이 피며 흰색, 분홍색, 보라색, 붉은색의 꽃을 피우는 유럽 원산의 원예용 재배식물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모리셋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다가가도 피하지 않는 모리셋을 보며 로드리그는 행복감을 느낀다. 로드리그와 모리셋은 같이 그네도 타고 여러 이야기도 나누며 가까워진다.

모리셋은 로드리그에게 "당신은 캐러멜보다 더 부드러워요! 난 당신의 모습, 그대로가 좋아요."라고 말하며 우리가 결혼할 것 같다고 말한다. 로드리그는 모리셋을 만나 "내가 호저라는 것이 나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아요. 그렇죠?"라고 말하게 된다.

자신의 가시를 숨기려고 하고 부끄러워 했던 로드리그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모리셋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유머감각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개인적으로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이 이야기가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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