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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2. 2016

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잊혀지지 않는,

이 영화 속에는 노부부와 한 남매가 등장한다. 원래는 삼남매였으나 장남인 준페이가 오래전에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남매가 되고 말았다.
 
노부부는 장남인 준페이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삼남매 중 유일하게 가업을 이으려고 했던 데다, 장남이라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삼남매의 아버지는 의사다.) 둘째인 료타(아베 히로시) 역시 어렸을 때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아버지와의 관계가 틀어진 이후 집을 나갔다. 그가 집을 나간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은 형의 그림자를 가슴에 끌어안은 채 살고 있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영화 걸어도 걸어도

그런 형의 기일,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인다. 료타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해 그의 아버지는 그를 미워한다. 멋대로 집을 나간 것도 그렇지만, 멋대로 아이까지 있는 여자에게 장가를 든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아버지와 사이가 껄끄러운 료타는 집에 가는 것이 싫다. 아내를 졸라 저녁 때쯤 집으로 돌아오자고 말해 보지만, 아내는 자고 가야 한다며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료타는 회화 복원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직업이 회화 복원사이기 때문이었는지, 영화를 보다가 잠깐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이지만,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료타는 현재 실직 상태로 직장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여러모로 애를 써보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안 그래도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버지가 있는 집에 들러 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리라.
 

영화 걸어도 걸어도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료타는 오랜만에 들른 집에서 어머니가 아버지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 했다는 사실과, 형의 기일 늘 부르는 청년을 내심 미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그의 형은 바다에 빠진 한 소년을 구하고 대신 목숨을 잃은 것이었는데 기일마다 그의 어머니는 그 청년을 집으로 부른다.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아무런 쓸모 없는 저런 아이 때문에 (이 청년은 좀 아둔하다) 우리 아이가 죽었다며, 그를 원망한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노부부는 장남의 방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고, 그 방을 치우는 것이 싫어 결혼한 딸이 집에 들어와 살려고 하는 것도 마다한다. 형의 그림자가 짙은 집. 그런 집이 싫기만한 료타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내에게 말한다. '이번에 방문을 했으니, 돌아오는 명절에 찾아오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그토록 집을 싫어하던 료타는 그 후 3년 동안 결국 아버지와 함께 가기로 한 축구장에도 가지 못하고, 부모님과 이별한다.
 
애증 관계에 놓여 있는 가족의 이야기는 실제 대다수의 가족의 모습(가족 관계)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걸어도 걸어도는 노부부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제목인 것 같다. 걸어도 걸어도 먼저 간 자식을 잊을 수 없고, 걸어도 걸어도 자식을 죽게 만든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노부부의 마음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 이 가족이 즐겨 먹는 간식으로 옥수수 튀김이 등장한다. 옥수수 알갱이를 튀김가루에 묻혀 기름에 튀겨내는 것인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이 영화를 보고 직접 해먹었다는 블로거도 있는 것을 보면 이 영화 속에서 그 장면이 나에게만 인상적이었던 건 아닌 것 같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슬퍼진다거나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보고 나면 가슴 한쪽이 시릴 정도로 깊은 여운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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