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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l 28. 2017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인생의 레이스는 길다


이 영화에서 거북이가 의미하는 것은, 아니 가리키고 있는 사람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스즈메(우에노 쥬리)다.


스즈메는 젊은 가정주부. 그녀의 남편은 해외에 발령을 받아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녀는 혼자서 거북이를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사실 그 거북이라는 것도 스즈메가 키우고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남편이 키우던 것을 스즈메가 맡아 돌보고 있는 쪽에 더 가깝다. 그래서일까? 남편은 하루에 한번씩 전화를 걸어 거북이에게 밥을 줬는지를 물어보고, 자신의 안부는 물어보지도 않고 거북이 밥을 잘 챙겨주고 있는지만 체크하고 전화를 끊는 남편에게 약간은 화가 나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화를 내지도 못한다. 화를 낼 시간조차 주지 않고 남편이 전화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그녀는 왠만해선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친구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쿠자쿠(아오이 유우)가 자신을 2시간씩이나 기다리게 해도 그녀는 화를 내지 않는다. 그냥 줄넘기를 하고, 미장원에 들어가 파마를 하며 쿠자쿠를 기다려준다. 그런 성격이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자신과 달리 어렸을 때부터 자신보다 무언가 뛰어났던 쿠자쿠의 삶을 동경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쿠자쿠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파이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그것도 마음 먹고 뛰어 올라가려던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보게 된 것이다.
 
점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이 옅어져 가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스즈메는 스파이 모집 공고를 보고 무작정 전화를 건다. 그리고 스파이가 된다. 하지만 스파이로서 주어진 임무는 스파이인 것을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 최대한 평범하게 행동하는 일 뿐이었다. 하지만 스파이가 되면서, 스즈메는 평범한 일상을 즐기게 된다. 우습게도 보통의 일상이 스파이의 일상이 되어버림으로 인해서 그 보통의 나날들이 특별한 날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스파이로서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남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됐다. 존재감이 거의 없는 사람이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스즈메는 소녀시절 좋아했던 선배의 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보고 그 아이를 구해주게 되고 그 일로 유명해지고 만다.
 
스파이로서의 임무 수행을 위해 정든 마을을 떠나려고 하지만, 동료로부터 그녀는 남아 있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고 홀로 마을에 남는다. 그리고 다시 보통의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되려고, 무언가가 되어서 남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아야만 자신의 삶이 조금 더 가치 있는 것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늘 똑같이 계속되기만 하는 삶이란 것은 없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를 것이다. 거북이가 늘 움직이며 미래를 향해 한발 한발을 내딛는 것처럼 스즈메의 삶 역시 그렇게 미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게 된 스즈메에게 있어 스파이로서의 임무란, 더는 필요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여기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사실은 그 자체가 특별한 것일지도 모를 일. 어쩌면 삶은 오늘, 여기 이 순간의 행복. 그것을 느끼며 감사하며 살아가는데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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