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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l 29. 2017

우아한 관찰주의자

보는 법에 관하여


이 책은 호텔에서 버려지는 비누를 소독해서 비누가 부족한 자신의 나라 우간다에 무료로 나눠주는 데릭 케욘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데릭 케욘고는 이 비누로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 일조하고, 산파들과 협력하여 예방 가능한 산욕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었다. 단순히 미국의 호텔에서 버려지는 비누를 소독해서 비누가 부족한 우간다에 무료로 나눠준 것일 뿐인데 이 작은 비누가 많은 이들을 어떤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구한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일이 데릭 케욘고의 관찰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관찰력은 연습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통해 '보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

이 책을 읽으며 셜록 홈즈를 모델로 만들어진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가 생각났다. 하우스에서  하우스는 아마도 홈즈의 '홈'에서 따온 이름일 것이다. 하우스는 환자의 증상을 보고 질병을 알아맞히는 '진단학과'의 전문의다. 하우스는 자신의 제자(수련의<레지던트>)들을 시켜 필요한 모든 증거들을 수집한다. (필요하면 위법인 줄 알면서도 제자들을 시켜 환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가택 침입 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 닥터 하우스는 셜록 홈즈를 모델로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했는데 셜록 홈즈의 실제 모델 역시 의사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됐다.

그는 셜록 홈즈를 집필한 '아서 코난도일'의 스승인 '조지프 벨 박사'로 그는 자주 강의 시간에 "눈으로 봐, 눈으로 봐"라고 외쳤다고 한다.

"어떤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얼굴에 국적이 적혀 있습니다. 그의 손에서 생계 수단이 보이고, 걸음걸이와 버릇과 회중시계 쇠줄 장식과 옷에 붙은 보푸라기에서 삶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그처럼 저자는 "우리가 선천적으로 간과하는 세세한 부분에 해결책이 들어 있다'고 얘기하며 '남들이 보지 않는 부분에 주목하는 능력이 모든 분야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다.'고 얘기한다.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에서도 하우스는 작은 증거를 가지고 환자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밝혀내고 또한 그 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해낸다.

무심코 지나치는 어떤 것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능력은 미술작품을 보는 것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나 역시 관찰의 중요성에 대해 이전에 겪었던 어떤 일을 통해 깨달은 적이 있다.

몇 년 전 저녁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초저녁이었지만 날씨는 꽤 쌀쌀했다. 어떤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하고 검은 양복차림을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서 시간을 물었고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몇 분 후 그 남자는 플라스틱 통에 든 콜라로 보이는 음료를 가지고 왔다. 두 잔이었는데 한 잔을 다른 친구를 주려고 샀는데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나보고 고맙다며 먹으라고 줬다. 안 받으려고 했는데 인상이 험악하기도 하고 재차 권해서 마지못해 받아서 들고 있었다. 그 남자가 가면 버릴 생각이었다. 그 남자는 내가 음료수를 입에 대지 않자 재차 권하며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 남자가 어디론가 사라진 후 그 주변을 살펴봤는데 안 가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봤다. 음료수에 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처음 그 컵을 보고 생각했는데 근처에 맥도날드인가, 롯데리아인가.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가 있었지만 컵에는 아무런 로고도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 주변에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보였다. 버리지도 못하고 갖고 있다가 계속 들고 있기도 뭐하고 해서 계단 난간 위에 올려 두었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안 먹을 거면 줘요!"라고 하면서 화를 내더니 씩씩거리며 갖고 갔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던 어떤 할아버지는 그걸 먹어선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난 마실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지만 그 할아버지의 몸짓을 보고 절대 먹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그 남자가 가고 난 후 내게 "저 사람, 아까 한 시간 전부터 저러고 다녔다. 나한테도 먹으라고 했는데 안 먹었다"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소름이 돋았고 그 이후로는 혼자서 저녁에 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

위험할 뻔 했던 순간을 내가 관찰한 것을 통해 주의를 기울여 경계했기에 잘 모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48쪽에 나오는 그림을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다시 한 번 보라고 독자에게 권한다. 그 그림을 다시 봤을 때 "저 눈은 왜 저기에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분명 다르게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그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초상화'이다.)

저자는 '지각의 기술'이라는 강의를 통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그녀의 그 강의는 프린스턴 대학교 미술관에서 안내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통해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관찰하는 법, 제대로 보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게 매우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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