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스며드는 예술
온라인 서점 독자 한줄 리뷰나 이런 걸 보면 재미있게 읽었다는 내용이 많아서 기대를 많이 했던 책이기도 했다. 나 역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예술은 우리 삶이 투영되어 있고 그래서 예술 작품을 접하는 것은 '현실'을 읽는 눈을 갖게 만들어준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 에드워드 호퍼의 <아침 해>를 보면서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여인의 쓸쓸하고 생기없는 표정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에 지쳐 오늘의 햇살도 느낄 수 없는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보았다. 나는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나 되돌아보게 되는 부분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간이 휴게소>라는 작품은 앞서 읽었던 <우아한 관찰주의자>에서 접했던 작품인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이 담겨 있어 인상적이었다.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실려 있기도 해서 좋았다.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이라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단편을 수록해두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좋았고 저자의 배려가 고맙게 느껴졌다)
마크 로스코의 <어두움 너머 밝음으로 가는 지평>이라는 작품을 보면서는 마크 로스코의 "회화는 체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체험이다."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그 작품이 해가 뜨는 광경을 색과 선만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작품을 보면서 문득 깨달았던 것이 있다. 그동안에는 밤이 가고 아침이 온다고 생각했었다. 밤이 사라진 자리에 아침이 온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그의 작품을 보면서 깨달았다.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게 아니라 어둠에 빛이 스며드는 것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서서히 스며들다가 그렇게 밝아지는 것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모든 아침은 희망일 수 있겠구나, 새로운 날이 온다는 것은 희망일 수 있구나 깨달아졌다. 어둠은 빛을 품고 있고 빛이 퍼지면서 어둠이 서서히 물러난다. 그러니까 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한 덩어리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이다. 사람들 마음 속에 빛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이 희망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을 색깔만으로 표현해낸 마크 로스코는 정말 대단한 화가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마크 로스코의 이 작품을 보면서 서서히 스며드는 것,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물들어져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삶이고 또한 예술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좋은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