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Sep 05. 2017

스텝파더

완벽한 가정이라는 허상과 집착에 관하여

영화 제목 그대로 '계부 (새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될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매력적인 스토리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뭐 지극히 주관적인 평일 수도 있겠지만)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스릴 있다)
 
계부로 등장하는 딜란 월쉬(Dylan Walsh)의 연기가 매우 돋보이는 영화다. 딜란 월쉬는 국내에 그리 알려진 배우는 아닌듯 싶은데,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하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도 주로 연극을 하면서 기본기를 다진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굉장히 오래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주로 드라마에 출연을 한 배우인듯. (부인도 배우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다소 음산한 분위기로 시작하며 데이빗 해리스라는 인물이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드러낸다. 크리스마스 저녁. 아이와 아내는 소파 여기 저기에 누워 있다. 그런데 그들의 등에는 총에 맞은 듯한 상처가 나 있다. 그런 그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토스트를 먹는 남자. 어디론가 출근하는 듯 그 상태로 집을 나간다. 여기까지만 봐도 관객들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그들을 죽였고, 싸이코패스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 남자는 슈퍼에서 한 여자와 그녀의 아이들을 만난다. 그 여자의 이름은 수잔. 그녀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한지 얼마 안되는 이혼녀로 어린 아들과 딸 한명을 키우고 있다. 그녀에겐 문제를 일으켜서 집과 멀리 떨어진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한명 있다. 그런 수잔에게 자신은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었다고 말하는 남자.
 
첫눈에 데이빗에게 왠지 모를 연민의 감정과 호감을 동시에 느끼는 수잔. 수잔은 데이빗과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고 동거까지 하게 된다. 수잔은 데이빗과 결혼하기 위해 아들 마이클을 집으로 불러 들인다. 집과 멀리 떨어진 학교에서 지내다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마이클은 그의 존재가 영 마뜩찮다. 그러나, 무슨 일인가로 수영을 하지 못하게 된 마이클에게 데이빗이 수영을 다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마이클도 데이빗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수잔의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찾아와 데이빗의 얼굴이 일가족을 살해해 지명수배가 내려진 사람의 몽타주와 비슷한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수잔은 그 말을 무심코 듣고 넘겨버리고 그 이야기를 데이빗에게 하게 된다. 수잔이 데이빗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된 마이클은 데이빗을 다시 의심하게 되고 그가 지명수배가 내려진 살인범의 몽타주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로부터 며칠 후 수잔에게 찾아왔던 이웃집 할머니가 시체로 발견된다. 이웃에 살던 할머니가 시체로 발견되자 슬퍼하고 놀라는 수잔과 달리 너무나 차분한 데이빗. 데이빗은 수잔에게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냐는 질문에 계단에서 굴러 죽었다고 이웃 사람에게 들었다고 말하지만, 우연히 마을 사람과 데이빗의 대화 내용을 들었던 마이클은 데이빗이 마을 사람이 해준 말과 달리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걸 듣고 그를 더 의심하게 된다. 마이클은 친아버지에게 데이빗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마이클의 친아버지는 마이클을 만나러 왔다가 데이빗에 의해 살해된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다가, 전화벨 소리가 지하실에서 난다는 걸 알게 된 마이클은 방의 환풍구를 통해 데이빗이 지하에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수상한 데이빗의 행동에 그를 더욱 의심하게 되는 마이클은 여자 친구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지하실에 뭐가 있는지 조사하러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 사실이 탄로나자 마이클을 없애려고 하는 데이빗. 데이빗이 준 수면제를 받아 먹고 잠이 들었던 수잔은 인기척에 잠에서 깨어 부엌으로 왔다가 데이빗이 망치와 칼 같은 물건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은 걸 보고 당황한다. 데이빗은 수잔에게 나는 완벽한 가정을 원했지만 그 망할 놈의 아들 (당신 애) 때문에 다 망쳤다고 외치고 수잔은 그때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가 데이빗이 자신의 본명을 말하는 걸 듣고 (지명 수배가 내려진 살인범의 이름과 똑같다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난다. 데이빗은 그녀를 죽이려고 달려들고 지하실에 갇힌 채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마이클은 지하실에서 탈출해 가족을 구해낸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그가 했던 말과 행동에서 그가 '완벽에 가까운 가정'을 갖기를 원하는 인물이며 그것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가정의 모습과 동 떨어지거나 완벽한 가족이라 생각되지 않으면 그는 그 가정을 스스로 부수고 또 다른 가족을 찾아 나선다. 데이빗은 문제가 없는 가정을 원하는 사람이다. 다정한 아내,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학업에만 열중하는 자녀. 그러나 어느 가정에나 크고 작은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데이빗은 문제가 생기면 폭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인물이었고, 가족을 자신의 지배하에 놓기를 원했다. 굉장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이다.
 
지배욕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 자신의 힘과 권력을 과시하거나 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리고 자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스텝 파더는 말 그대로 계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계부이기 때문에 그토록 아버지의 권력. 가장의 권력. 아이들의 친부를 살해하면서까지 그 힘을 계승하려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들이 갖는 힘, 권력.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문제. 그런 것들에 대해 곱씹어 보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지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