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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Sep 22. 2017

수림

인간의 선량함은 투쟁의 산물이다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수림에 나오는 인물들은 결코 선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수림은 소설집으로 각기 다른 문학지에 발표되었던 작품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의도적으로 각기 다른 작품 속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을 다른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인물들은 유기적으로 얽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에서처럼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읽는 느낌이 있었다.

수림에 나오는 인물들은 나쁜 인간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나약한 인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악하기만 한 사람도 없고, 선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인간의 선량함이 그냥 주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선량함은 자기와의, 그리고 자기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와의 투쟁을 통해 어렵사리 얻어지는 결과물이다."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됐다.

착한 것도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는 것도 일종의 태도이며 그것을 유지하는 일 역시 품이 많이 드는 일일 것이다.  일종의 의지의 실현일 것이기에. 착한 것은 그냥 착한 것이다. 옳고 그른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이 그냥 나쁜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저지른 짓을 까마득히 잊고 잘 살아가는 악인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학교 폭력을 저질러 한 학생을 사망케한 사건의 가해자가 의사가 되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그 가해자가 자신이 때린 소년을 사망에 이르게 해서 죄 씻음의 형태로 의사가 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좀 들긴 했지만) 이 소설 속에도 그런 인간이 등장한다.  

뉘우침 없는 삶은 나쁘다. 그리고 그 자체로 악의 씨앗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백민석 작가님  팬이지만 절필 선언 후 꽤 긴 공백기를 거친 후 다시 돌아오셔서 반갑고 그랬지만 그 이후에 책은 접하지 못했다.  내게는 백민석 작가님의 최근 작품 중 수림이 처음 읽어본 작품인데 이전의 작품들과의 차이랄까. 그런 게 조금 보였다.


문체가 좀 달라졌는데, 나는 이런 변화가 조금 더 대중적으로 변한 거 같아서 좋게 느껴졌다.  물론 백민석 작가님만이 갖고 있는 문체적 특징이 좀 옅어진 거 같아서 그 부분은 좀 아쉽기도 했지만 최근 문체를 보면 독자가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신 거 같아서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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