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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Sep 30. 2017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마음의 간이역

기억하기 싫은 과거로부터 도망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의 이름은 다자키 쓰쿠루. 그는 고교시절 공립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 네 명과 어울려 다녔다. 다자키 쓰쿠루를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의 이름에는 색깔이 들어가 있었는데, 다자키 쓰쿠루만이 이름에 색깔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다자키 쓰쿠루는 네 명의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진다. 그러다 어느날, 절교 선언을 듣게 된다. 그는 자기가 그 그룹에서 왜 배척 당했는지 알지 못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역을 설계'하는 일을 하며 그럭저럭 잘 살아가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여자를 만나든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지 못하게 된다.
 
그는 새롭게 사귀게 된 여자 친구에게 과거에 친구들에게 외면 당했던 일을 털어놓고 그녀는 다자키 쓰쿠루에게 그 이유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거기서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 관계도 끝나고 말 거라며. 그는 친구들이 자신을 멀리한 이유를 찾기 위해 나고야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친구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 이유를 알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다.

다자키 쓰쿠루는 역을 설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역이라는 곳은 잠시 머무르는 장소다.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한 장소. 이 소설에서 다자키 쓰쿠루는 시간이라는 역에서, 자신이 잠깐 머물렀던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본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살아있는 것은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의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겁이 나서 외면한 채 앞으로 달려갔던 남자가 지나온 시간을 거꾸로 여행하며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였다.  


다자키 쓰쿠루에게는 가야 할 장소가 없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하나의 테제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는 가야 할 장소도 없고
돌아갈 장소도 없다. 예전에 그런 게
있었던 적도 없고, 지금도 없다.
그에게 유일한 장소는 '지금 이 자리'이다.
(4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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