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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Oct 28. 2017

시간

시간이 흘러도 남아 있는 것

  
영화는 세희가 지우와 헤어지고 나서 성형외과를 찾아가 수술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하며 남자의 감정이 식어가는 것을 느낀 여자는 그 원인을 자신의 얼굴에서 찾는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로 그 앞에 나타난다면 그와 다시 새롭게 사랑을 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충분히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변신에 성공했고, 남자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녀에게 이끌린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것이던가. 예전에 사랑했던 그녀가  한 꼬마 아이를 통해 보낸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던 남자. 묘한 질투심에 사로잡힌 여자는 세희라는 이름을 새희로 바꾸는 장난을 치고 남자는 화를 낸다.

2년동안 사랑했던 여자가, 갑자기 사라져서 연락도 없었던 그 여자가 준 편지라며 화를 내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왠지 모를 슬픔을 느낀다.  다시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남자는 과거의 그녀를 아직도 사랑 하고 있었다.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시간은 교차할 뿐 만나지는 못한다. 그녀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고,  남자는 새로 사귄 여자에게 '세희가 떠나고 자신이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남자는 현재의 새희가 아닌 과거의 세희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와 만나는 자리에, 자신의 과거 얼굴을 오려 확대한 가면을 쓰고 나오는 여자. 남자는 모든 사실을 알고 분노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도 성형수술을 하게 된다.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 역시 변한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지우라는 이름을 버리고 정우가 되어버린 남자를 여자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얘기한다. "너의 얼굴 때문에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지만, 만약 영화 시간에서처럼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의 얼굴이 지워지고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 내가 그 사람이에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목소리나 느낌만으로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결국 여자가 지우로 의심해 뒤쫓아 갔던 남자가 죽고, 여자는 다시 자신의 얼굴을 지우는 쇼킹한 결말 앞에 나는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한 가장 사실적이고 쓸쓸한 소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도 변하기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듯이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거나, 변해버린 감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함께 사랑했던 추억, 둘이 나눴던 시간들이, 모두 현재의 시간을 이루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부정하고 새로운 시간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일까? 그냥 추억으로 남겼다면 - 그 끝이 어찌되었든 둘다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를 추억하며 사는 것도 아니고, 지나간 사랑을 되돌리려고 부질없이 노력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뜨겁게 껴안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곧 끝나버릴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그 순간에, 그 시간 속에서 행복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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