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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Oct 30. 2017

구구는 고양이다

그래도 괜찮은 인생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코즈마 아사코는 인기 만화가다. 만화만을 그리며 사느라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본 채로 마흔줄에 들어선 아사코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룸메이트는 고양이 사바였다.  동네 꼬마들의 부탁으로 사바를 맡아 키우게 된 아사코는 사바에게 한없는 애정을 쏟는다.  그러나, 사바는 병에 걸려 죽고 만다. 사바가 떠난 후 한동안 만화를 그리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던 그녀는 애완용 고양이를 판매하는 가게에서 구구를 보고, 집으로 데려와 키우게 된다.
  

구구 덕분에 다시 새로운 만화의 연재를 시작할 마음을 갖게 되는 아사코는 그러나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난소암 3기 판정'을 받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새롭게 좋아하게 된 남자에 대한 마음까지도 깊숙한 곳에 묻어둔 채로 그녀는 구구를 맡아줄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수술대에서 열어본 그녀의 난소암은 생각보다 심각해 자궁까지 모두 들어내야만 했고 힘든 수술 후에도 그녀의 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자신에게 '당신의 만화를 보면서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하는 간호사에게 '나의 만화는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아사코. 그런 그녀의 꿈에 나타난 사신과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고양이 사바.


사바는 '그녀의 삶에 있어 만화가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있어 얼마나 많은 행복들을 주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만든다.  사바의 병세를 알차리지 못해, 사바를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사바는 '당신과 있어 행복했다'고 말하며 그녀를 위로한다.
 
사바 덕분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 것일까? 그녀의 병세는 차츰 호전되어 그녀는 병으로 쓰러지기 전에 그리려고 했던 만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아니라 만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조금 웃기고, 조금은 슬프고, 한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만화 말이다.
 
이 영화의 조연들 역시 모두 개성이 넘치는데다 만화적인 컷들도 많아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어서 등장 인물 모두를 껴안아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사신으로 나오는 (처음부터 왠지 정체가 궁금해졌던- 사바를 안고 있던 그 남자) 폴 와인버그 부터 감자튀김과 생맥주를 좋아하는 통통족 3인방과 나오미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인디밴드의 보컬리스트, 마모루까지. 조연 뿐 아니라 조연까지 모두 사랑스러운 그런 영화였다. 궁금하다면, 직접 보시도록.
 
*구구라는 이름은 영어 good에서 따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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