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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01. 2017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한 마음이 다른 마음에게 보내는 안부 인사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김재연 작가의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에 나오는 위의 문장을 읽고 다이어리에 옮겨 적은 후 "내게 힘이 되는 도토리를 많이 모아야겠다."라고 썼다.

(그림은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렸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어떤 문장은 읽으면서 어떤 친구가 생각났기도 했고 (그래서 그 구절을 문자로 보내기도 했다) 또 어떤 문장은 읽으면서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고, 또 어떤 문장을 읽으면서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는 알렉스 앵무새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그 이유는 아이를 낳고 죽을 뻔 했을 때의 경험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한 번 더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이에게 엄마가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널 낳은 걸 후회하지 않고,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죽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내가 없어도 잘 살아가기를 부탁하고 싶었다. 결국 그 순간 나를 살린 것도 남편과 아이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때문이었다. 나로인해 세상에 나온 아이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어쩌면 조금은 두려웠던 것도 같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버겁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가장 후회했던 것도 그것이었다.


그 순간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것은  내 안에 그렇게 도망가고 싶어했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그게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미안함 때문에 눈물이 난다.


결국에는 책임감 때문에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죽지 않고 살아서 아이의 곁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알렉스 앵무새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어느 박사와 함께 사는 알렉스라는 앵무새가 있었다. 알렉스는 두 살 아기의 감정과  다섯 살 꼬마의 지능이 있었는데 100개 이상의 단어를 사용할 줄 알았고, 사람과 곧잘 대화를 이어나갔다.  

죽기 전날 알렉스는 앵무새 특유의 목소리로 혀를 굴리며 박사에게 마지막으로
세 마디 말을 남겼다.

"잘 지내."
"다음에 또 봐."
"사랑해."

알고 있는 단어 고작 100여 개.
앵무새 알렉스보다 더 많은 말들을 알고 있는 우리지만,

과연 우린 이 앵무새만큼
잘 표현하며 살고 있을까.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
그때가 아니면 전할 수 없는 감정들.
그중에 하나라도 용기 내 건네 봤을까.

오늘도 또 그냥
흘려보낸 건 아니었을까.

(41~42쪽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_ 김재연 지음, 김효정 찍음, 인디고 펴냄  


따뜻했고, 작가의 선한 마음이 느껴지는 에세이였다. 거기에 곁들여진 밤삼킨별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김효정 작가님의 사진들도 좋았다. 무엇보다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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