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Nov 20. 2017

시라노 연애 조작단

사랑과 믿음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사비녱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Savinien Cyrano de Bergerac')라는 인물을 모델로 만들어진 이야기 시라노 드 벨쥬락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는 '사비녱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같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사비녱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모델로 만들어진 연극과 영화(시라노 드 벨쥬락)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사비녱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지적이고, 무술 솜씨도 뛰어나지만 추한 외모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그는, 뛰어난 글 솜씨를 가졌는데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와 역시 그녀를 사랑하게 된 친구를 위해  친구의 연애 편지를 대필해주는 인물이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시라노 드 벨쥬락'이라는 이름의 연애 에이전시의 직원들이 연애 문제로 그들을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 각본을 쓰고, 잘 짜여진 각본의 주인공으로 그들의 고객을 세워 그들의 사랑을 성사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는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성숙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그에 대한 인물들의 성찰도 엿보인다. 계획대로만 흘러가는 인생은 없다. 내 마음조차도 제대로 다스리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데,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야만 가능한 청춘 사업인 '연애'라는 게 쉬울 리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 속에서 시라노 드 벨쥬락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처럼 시라노 에이전시를 이끄는 병훈(엄태웅) 역시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사랑하는 여자(희중/이민정)를 위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고객(상용/최다니엘)을 대신해 연애 편지를 쓴다. 그리고 참된 사랑이란 '상대를 믿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믿는'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참 쉽다. 하지만 그 사랑을 오래도록 지켜나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깨어지면, 사랑도 깨어지게 마련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믿는다"는 그 말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던 것은 쉽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말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가, 믿음이 깨어졌다'는 것을 핑계로 돌아서버리는. 그래서 생면부지의 사이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는 이 시대의 사랑을 너무 많이 봐온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영원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 사랑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소비되어지고, 그저 판타지로만 남아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만들고 늘 사랑에 목마르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은 키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