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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02. 2017

꽈배기의 맛

빛나는 우리의 일상에 관하여

에세이는 어떻게 보면 살아있는 사람의 가장 핫한 오늘의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매일 사라지는 오늘을 어떻게든 그냥 흘려 보내지 않으려는 시도가 일기나 에세이를 쓰게 만드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에세이는 그래서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꽈배기의 맛은  에세이가 쓰고 싶어서 소설가가 되었다는 최민석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꽈배기란 어떤 음식인가?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꽈배기. 어릴 때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다가 꽈배기가 보이면 "오늘 꽈배기나 하나 먹을까?" 생각하게 했던. 보이면 무심코 사서 먹게 되는 꽈배기의 맛은 어찌보면 어느 집이나 그 맛이 균일하지만 최민석 작가가 이 책에서 밝혔듯 설탕 범벅인 꽈배기는 느끼해서 하나 더 먹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꽈배기는 어느 집이나 그 색도 맛도 대체로 균일한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사실 어제 VJ 특공대에 등장한 흑꽈배기를 보며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지만 말이다. 그 흑꽈배기를 먹기 위해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면 아마도 흑꽈배기는 그곳의 명물 간식인 모양이다.

아무튼 잘 만든 꽈배기는 무심코 하나를 더 집어 먹고 싶어지게 만들 뿐 아니라, 멀리서 그 꽈배기 집을 찾아가 사서 먹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일상적인 것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에세이란 결국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도가 아닐까. 내가 오늘 새롭게 느낀 어떤 것을 기록하는 것. 커피향마저도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어떤 것이라 얘기하는 작가의 글을 접하며 나는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이 순간 새롭게 보이는 것을 경험했다. 빵가게 앞을 지나칠 때 맡을 수 있는 빵 냄새가 순간 기분을 좋게 만들었던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며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 아, 공짜였구나. 그것도 그냥 누릴 수 있는 어떤 것이었구나, 즐거움이라 생각하면 즐거움이 되는 것이었구나 깨달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유머 감각이 넘치는 에세이를 읽으며 무심코 꽈배기의 멋을 떠올렸다. "아, 꽈배기의 멋도 읽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무심코 하나 더 먹게 되는 꽈배기 같은 책이었다.


종종 밤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면 마치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땅 위에 추락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은하수가 땅에
고스란히 착륙해 빛을 뿜어내고 있다.
그 빛이 결국은 나의 일상이었다는
사실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더욱 선명해진다.
- 꽈배기의 맛,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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