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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12. 2017

오블리비언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 올가 쿠릴렌코


이 영화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오블리비언 스틸컷

외계인 침공과 핵 전쟁으로 지구는 황폐화 됐고  


 

영화 오블리비언 스틸컷

우리의 주인공 잭 하퍼(톰 크루즈)는 사람들이 떠나버린 지구에서 바닷물을(에너지로 치환하는 작업을 한다나 뭐라나)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가끔 지구에 남아 있는 약탈꾼들과 싸우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의 기억은 삭제된 상태인데, 가끔 꿈을 통해 과거의 기억들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는 삭제된 기억들이 궁금하다.


영화 오블리비언 스틸컷

그에게는 여자 파트너가 있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고, 나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외부와 차단된 채 철제하게 통제돼 있는 장소가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구로 나가는 건 위험한 짓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래서 잭 하퍼가 꽃이 피어 있는 깡통화분을 내밀 때 창 밖으로 던져 버린다.


영화 오블리비언 스틸컷

잭 하퍼는 여느날처럼 정찰을 나갔다가 한 여자를 구하게 되고 그녀(줄리아/올가 쿠릴렌코)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과거의 기억이 모두 떠올랐던 것이다. 잭 하퍼는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줄리아와 말콤 비치(모건 프리먼)를 통해 지구가 핵 전쟁으로 멸망한 것이 아니라, 외계인의 침공으로 멸망했으며 자신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복제된 인간이라는 사실까지 모두 알게 된다. 자신과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나게 됐던 것. (잭 하퍼는 그와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그가 의식을 잃게 한 후 그를 결박해 살려둔다. ) 외계인들은 지구의 에너지인 바닷물을 그와 그녀의 파트너를 통해 모두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 자신은 거기에 이용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잭 하퍼.
 

영화 오블리비언 스틸컷

그는 그러한 사실을 자신의 파트너인 비카(안드레아 라이즈보로)에게 밝히고 같이 도망가자고 하지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고...결국 외계인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러나 잭 하퍼는 다른 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다른 잭 하퍼와 비카를 보고 자신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복제인간이었고, 그녀 역시 복제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오블리비언 스틸컷


그는 잭 하퍼의 아내 줄리아에게 '나는 당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니고,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줄리아는 '당신의 기억이 곧 당신'이라며 그를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말콤 비치 역시 그가 책(고대 로마의 노래)을 갖고 있고 읽었다는 점에서 잭 하퍼의 다른 복제인간들과는 다르게 '당신에겐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잭 하퍼는 외계인과 맞서 싸우고 인류를 구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홀로 남아 자신을 기다릴 아내를 위해 자신이 살려두었던 다른 잭 하퍼를 그녀의 곁으로 보낸다. 그의 모든 기억들을 갖고, 또다른 잭 하퍼가 줄리아와 그녀가 낳은 아이들의 곁으로 가는 결말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SF적 상상력이 빚어낸 '또다른 지구 종말'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황폐화된 지구의 이미지와 그래도 어느 한쪽에 남아 있는 '파괴되지 않은 어떤 장소'를 보여주며 (잭 하퍼가 아내 줄리아와 다시 만나기로 했던 오두막집이 있는 그 장소는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원시적인 장소다) 그 장소를 지키기 위해 우리(인류)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편견을 깨뜨리기도 한다.
 
종교인, 특히 기독교인이 이 영화를 보며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독교인이라면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불쾌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중요하지,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나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잘 만들어졌더라도 어차피 '허구'이고, 그걸 통해 말하고자 한 바를 보는 게 언제나 더 중요하니까.
 
사이언톨로지교를 믿는 톰 크루즈가 일관되게 SF영화에 출연해왔다는 것은 영화 외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예전에 톰 크루즈가 우주에 별을 사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기를 당한 것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지구가 멸망할 것을 대비해 사둔 것이었나?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그의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가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이 영화의 스토리가 배우라면 탐 낼만한 매력적인 스토리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으면서도 뭔가를 남긴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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