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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19. 2017

내가 살인범이다

삐뚤어진 영웅 심리에 관하여

감독 정병길

출연 박시후, 정재영


일본의 사가와 잇세이라는 식인 살인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사가와 잇세이는 자신의 살인에 관한 내용을 담은 '악의 고백'이라는 책을 발간해 일본 사회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 여성을 살해한 후 그 시체의 일부를 먹은 엽기적인 살인 행각은 일본인들을 경악에 빠뜨렸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스틸컷

영화는 한 남자가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을 출간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남자는 미해결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자신임을 고백하며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책에 그 사건에 관한 내용 모두가 담겨 있다고 고백한다. 책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남자는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진범이 나타났을때 그가 모방범의 '피스'와 흡사한 성격적 특징을 가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스틸컷

이 영화의 큰 줄거리는 '범인'으로부터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한 남자(최형구/정재영)가 가짜 범인(이두석/박시후)을 내세워 그를 검거하려는 것이 주를 이룬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차츰 밝혀지는 것이지만, 영화 초반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남자에게 주목한 이들이라면 그것이 이 영화의 반전을 예고하는 하나의 복선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애초에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책을 들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 역시, 범인으로부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였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스틸컷

가짜 범인을 내세워 남자는 '삐뚤어진 영웅 심리'를 자극한다. 가짜 범인이 유명세를 떨치면 떨칠수록 진범은  몸이 단다. 결국 그는 남자의 예상대로 자신이 진범이라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로 범인이 잘못 잡혔을때, 그 범죄자가 유명세를 떨치는 게 싫어서 진범이 나타나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살인범을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는 세상과, 삐뚤어진 영웅 심리를 가진 남자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범인의 심리와 범죄의 형태보다도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실존 인물이 저지른 살인 사건이 더 기묘하고 끔찍한 것이어서 영화보다도 현실이 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좀 씁쓸했다. 범죄 심리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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