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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21. 2017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해가 되고 싶었던 달의 이야기

감독 이준익

출연 황정민, 차승원, 백성현, 한지혜


이몽학이 꾸었던 꿈은, 해가 되고 싶었던 꿈이었고, 황정학이 꾸었던 꿈은 어두운 세상에 어둠을 밝히는 한줄기 빛(달)이 되고자 하는 꿈이었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스틸컷

견자가 꾸었던 꿈은, 이몽학을 죽이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꿈이었다. 이 영화에는 꿈을 쫓다가 길을 잃어버린 사내(이몽학)와, 어둠 속에서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누구보다 잘 볼줄 알았던 사내(황정학), 기생으로 살면서 오직 한 남자를 섬기며 살기만을 원했던 여자 (백지), 그리고 꿈이 없었던 소년(견자)이 등장한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스틸컷

꿈이 없었던 소년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이몽학을 베고야 말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꿈을 꾸던 이몽학은 왕이 되겠다는 야망으로 변해버린 헛된 꿈을 쫓아가면서 사랑하는 여자까지 자신의 마음 속에서 베어내었고, 백지는 자신을 버리고 간 이몽학의 여자로 살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해 마음 속으로 피를 흘리고, 황정학은 어둠 속에서 무엇보다 선명하게 빛나는 달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고 더 높이 올라가고자 주변 사람을 사지로 몰아 넣는 이몽학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꿈을 꾼다.


이몽학이 꾸었던 꿈으로 인해 결국 나라는 왜적의 침입도 막아내지 못하고 말았고, 왕은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을 가버렸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스틸컷

헛된 꿈을 쫓아갔던 세 사람은 결국 차례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구름 뒤에 가려져 있다고 해서, 거기에 달이 없는 것이 아닌데... 이몽학은 구름 뒤에 가려져 있는 달이 되기 보다는 누구나 잘 볼 수 있으며 하늘 높이 떠 있는 해가 되기를 꿈꾸었다.
 
개혁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몽학이 꾸었던 꿈은 이상에 가까웠다. 왕이 되어 이 썩어빠진 세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그의 꿈은, 나라가 왜적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하고 무너져버리면서 허망하게 쓰러진다. 너무나 이상적이었던 그 꿈은 결국 모두를 죽게 하고 그 자신조차도 벼랑으로 내몰았다.
 
구름 뒤에 달이 있음을 보지 못하고, 어둠을 밝히는 달이 되기보다는 더 높이 올라가 '해'가 되려했던 이몽학. 그 꿈은 그를 눈 뜬 봉사로 만들었다. 황정학은 그런 이몽학이 안타까워서 그를 뒤쫓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몽학은 끝까지 해(왕)가 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 꿈을 위해 많은 것을 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도, 생사를 함께한 동료도,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까지. 하지만 이몽학은 그 꿈이 자신의 눈을 가려버린 것은 끝내 알아채지 못했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스틸컷

구름 뒤에 달이 숨어 있다 하더라도 달은 언제나 어둠을 밝힌다. 달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에 '달'인 것이다. 그래서 달빛은 햇빛보다 강렬하진 않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걷는 이에겐 무엇보다 고마운 따스한 빛이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고자 한다면 해가 되기를 꿈꿀 것이 아니라, 달이 되기를 꿈꿨어야 했다. 하지만 이몽학은 더 높이 오르고자 달이 되는 꿈을 버리고 해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구름을 벗어난 달이 된다. 어둠을 벗어난 달이 달이라 할 수 있을까? 달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에 달인 것이고, 이 세상엔 해도 달도 필요하다.
 
항상 그 자리에 달이 있지만, 우리는 구름 뒤에 달이 가려지면 달이 있는 줄 모르고,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도 그 세상에도 달빛과 같은 밝음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세상은 어두운 것이 아닐 것이다. 황정학은 이것을 알았다. 이몽학을 보며 그가 안타까워했던 것도, 세상이 죽었다고 말하는 이몽학을 보며 세상이 언제 죽은 적이 있냐, 살리게...라고 말했던 것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는 동료들은 물론 자기 자신도 사지로 몰아 넣는 이몽학이, 그렇게 해서 그가 갖고자 한 세상이라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까지 서슴없이 베는 이몽학을 보며 황정학은 그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보고 난 이후 계속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영화인 것 같다. 황처사로 등장한 황정민의 연기와 견자로 등장한 백성현의 연기가 특히 돋보이는 영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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