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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26. 2017

손님

불청객과 독재자

감독 김광태

출연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구승현


영화 손님은 독일의 도시 하멜른(Hameln)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시대적 배경은 전쟁이 끝난 직후로 영화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어느 산골 마을에 떠돌이 악사와 그의 어린 아들이 찾아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떠돌이 악사는 전쟁통에 부인을 잃고 어린 아들과 살아가고 있는 남자로 그의 아들은 폐병을 앓고 있는데 아들을 치료해주기 위해 서울로 가던 중 며칠 묵어가기 위해 한 산골 마을을 찾아들어가게 된다.


사실 이 마을 사람들은 '손님'이 나타나자 극도로 경계한다. 이 산골 마을의 원래 마을 사람들은 나병환자(한센병)로 이들은 전쟁통에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이 마을에서 내쫓았던 나병환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로 찾아가게 된다. 자신들을 받아달라는 말에 나병 환자와 나병 환자들과 함께 살고 있던 무당은 돌아가라고 하지만 아기 울음소리에 마음이 약해져 받아준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을 동굴에 가둬버리고 동굴에 갇힌 나병환자들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그들의 시체를 전쟁통에 배가 고팠던 쥐들이 뜯어 먹는다. 무당은 살아남았으나 촌장이 마을의 번영을 빌어 주며 함께 살자고 말하자 이를 거절하고 촌장으로부터 죽임을 당한다. 무당은 죽으면서 '손님이 온다. 진짜 손님이 온다'라며 손님이 오면 모두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죽는다.  그래서 이들은 손님이 나타나자 극도로 경계하고 촌장은 하룻밤만 묵어가게 하지만 마을에 쥐 때문에 골치가 아파하는 마을 사람으로 인해 떠돌이 악사와 그의 아들은 마을에 며칠 머무르게 된다.


그 사이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되고 마을의 선무당인 여자와도 특별한 정을 통하게 된다. 떠돌이 악사는 쥐를 잡는 데 성공한다. 그는 피리를 불어 마을에 있는 쥐를 모두 잡아 동굴에 가두지만 촌장은 쥐를 잡아주면 그에게 돼지 한 마리 값을 내놓겠다고 했던 약속을 뒤집으며 그를 빨갱이로 내몬다.  

선무당인 여자가 마을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자신에게도 피해가 올까 봐 그를 빨갱이로 모는 데 일조하고 죄책감에 자살을 하고 죽으면서 손님이 올 것이고 손님이 오면 모두 처참하게 죽을 것이라는 무당의 예언과 똑같은 예언을 하고 죽는다.  

전쟁이 끝난 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그가 빨갱이라는 소리에 그를 마을에서 내쫓고. 그는 촌장 아들에게 손가락이 잘린 채 마을을 떠나게 된다. 촌장은 아들과 함께 마을을 떠나는 떠돌이 악사의 가방에 독을 바른 주먹밥 두 개를 넣어 건네며 "여비와 먹을 것을 넣었다, 앞으로는 바르게 살아라"라고 말하며 그를 내쫓는다.

그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산길을 걷던 중에 지쳐 잠들게 되고 그 사이에 떠돌이 악사의 아들은 아버지의 피리가 없어진 것을 알고 피리를 찾으러 마을로 가게 된다. 피리를 찾아 돌아오던 중에 배가 고팠던 아들은 자기 몫의 주먹밥을 독이 발라진 줄 모르고 먹고 죽는다. 아들의 시체를 발견한 떠돌이 악사는 오열하면서 마을로 돌아가 쥐들을 다시 풀어놓는다.

"살기 위해 한 짓은 다 용서 받는다" (촌장)  


식인 쥐들은 마을 사람들을 갉아먹고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 속에서 촌장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의 그런 면모는 그가 마을에 쥐 떼가 다시 찾아온 것을 알고 자기 방에서 칼을 꺼내들 때 잠깐 나왔던 군복에서 알 수 있다. 그는 친일파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했던 인물로 신내림을 받지도 않은 여자에게 무당 짓을 시켰던 이유 또한 자신들이 저지른 죄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또 사람들의 공포심을 잠재우기 위해 무당이라는 존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 무당은 마을을 지키는 존재로 사람들과 가깝게 살았다고 한다. 선무당의 존재가 필요했던 것 또한 무당이 오래전에 했던 예언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잘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꼭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무당이 마을을 떠나려고 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이에 동요할 것이고 마을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을 하고 촌장은 떠돌이 악사를 빨갱이로 내몰았던 것 같다. 그는 떠돌이 악사에게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촌장은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외지로 빠져나가게 될 경우 자신들의 죄가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을 우려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외부로부터 마을을 철저하게 봉쇄한다.  

그는 이 마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독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대가 변했지만 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왕국을 지키려 한다. 정보의 통제와 차단(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 그리고  공포심을 적절히 활용해 거기에 기대어 자신의 왕국을 지켜왔고 그렇게 계속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고 그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는다. 촌장은 그런 그의 존재가 불편했을 것이다. 마을의 골치인 쥐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만 그의 손가락을 자르고 마을에서 내쫓아버리는 것 역시 일종의 공포정치로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자신에게 굴복하게 만들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손님은 예로부터 반가운 존재였으나 이 영화 속에서 손님은 반갑지 않은, 공포의 대상 불청객으로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 또한 나병환자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 애초부터 그들 또한 손님이었던 셈이다. 사실 이야기 전개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원작으로 한 데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부분이 있어서 평이하게 흘러갔다고 볼 수 있으나 이성민과 류승룡의 열연만큼은 돋보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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