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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달아, 달아 둥근 달아

by 기록 생활자

어제는 2018년 첫달의 마지막날이었다. 그리고 개기월식이 있었다. 슈퍼·블러드·블루문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날이라고 언론에서도 연일 떠들어댔다. 올 7월에 개기월식이 한번 더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올해가 지나면 개기월식은 19년 뒤에나 있다고 한다.

꼭 그래서 달을 본 것은 아니었다. 19년 뒤에나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다 보고 나서 알았으니까.


그냥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얼마되지 않는 희귀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그냥 자연현상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이 순간은 흔하지 않으니까. 사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그러하겠지만. 그냥 보고 싶었고, 봤고, 그리고 여느날처럼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달이 어둠 속에서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던 순간, 다시 눈앞에 나타날 달을 기다리며 저 어둠 속 어딘가에 빛이 있음을 실감했다. 그 순간 가만히 바라보던 하늘은 결코 어둡게 느껴지지 않았다. 달은 여느 때보다 컸고, 그 빛은 여느 때보다 환했고 아름다웠다. 보았다. 그 달을. 삶이 어둡게 느껴질 때, 그 달을 가슴 속에서 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달은 여느 때처럼 조용히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기월식이 시작되던 순간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어둠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내 떠오른 달
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점처럼 보이는 저것도 달이다.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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