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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Feb 10. 2018

다섯째 아이

가족 이데올로기와 행복한 가정이라는 환상

지은이 도리스 레싱 옮긴이 정덕애

페이지 191쪽 펴낸 곳 민음사


젊은 남녀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남자는 유복한 이혼 가정에서 자랐고 여자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두 남녀는 완벽한 가정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유년시절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한다. 그 완벽한 가정을 위해 무리를 해서 큰 집을 구한다. 그리고 다섯 명의 아이를 낳는다.

네 명의 아이는 그들 부부에게 기쁨을 주었지만, 다섯째 아이는 다른 네 명의 아이들과는 달랐다. 다섯째 아이는 의도치 않게 들어선 아이였고 넷째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을 때여서 부부는 당혹스러워한다. 8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그 아이는 유달리  힘이 셌고 왕성한 식욕에 강한 공격성을 갖고 있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넷째 아이는 유달리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다섯째 아이로 인해 애정 결핍을 느끼며 자란다.

부부는 다섯째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다섯째 아이를 두려워하는 다른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로 인해 그 아이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가정에 잠시 평화가 찾아온 것 같았지만 아이의 어머니인 해리엇은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 그래서 요양원으로 찾아간다.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 간 곳에서 그녀는 구속복에 갇혀 이름도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시체처럼 축 늘어진 아이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아이를 다시 데리고 온다.

하지만 여전히 이 가족은 이 다섯째 아이로 인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없었고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아이의 어머니는  행복한 가정의 상징과도 같았던 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가족이 모두 떠난 아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어머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사랑한다는 믿음, 그 모성애에 관한 신앙과도 같은 믿음도 어떻게 보면 가족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 아이를 많이 낳은 가정을 보고 '다복한 가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가? 아이를 행복의 상징처럼 여기는 것은? 어쩌면 그것 모두 가족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아이는 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아빠, 엄마, 그리고 정상 자녀로 이루어져있는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만을 정상적인 가족, 이상적인 가정의 형태로 간주하는 것)가 작동하는 이 가정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내쳐지는 존재가 된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에게 있어 아이는 외계인과 같은 존재, 이질적인 존재로 결코 가족 구성원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이를 가정에서 제거하려 하지만 제거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가족의 화합을 도모하지만 실패한다.

작가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이상과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결국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 가족이라는 그 틀 안에서 벗어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보여 준다.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행복한 가정의 그림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환상과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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