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상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며느리의 이상한 나라

by 기록 생활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제목만 보고 며느리가 뭐가 이상한 건가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며느리가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이상한 나라를 의미하는 말이라는 것을.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작은 문을 통과해 여자들은 며느리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은 시월드라 불리기도 하는 곳이다.


차례를 지내고 임신한 아내가 친정에 가자고 한다. 아이도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남편(김재욱, 개그맨)은 이렇게 얘기한다.


아내는 “아니, 당연한 건데 뭘 핑계를 대고 가”라고 얘기한다.

흔히 시댁에서는 며느리도 자식이라고 말한다. 가족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지나쳐 자식이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며느리에게도 부모, 형제가 있다는 걸 까먹는 것 같다.


며느리가 왜 내 자식인가? 며느리는 남의 집 귀한 자식이다. 내 자식처럼 누군가에게는 귀한 자식이다. 사실 명절에 남편이 친정에 가자고 선뜻 말하지 않는 건 그곳이 편해서일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이 계신 집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까지 독립하여 살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면 그곳만큼 편한 곳도 없을 것이다.


며느리에게도 시집보다는 친정이 더 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딸이 임신을 했다면 홀몸도 아닌 딸에게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라고 했을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시부모님이 마음 편히 쉬라고 한들 편하지 못한 곳이 시댁일 것이다.


자궁파열 우려로 제왕절개를 권하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연분만이 좋다며 며느리에게 자연분만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유하는 시아버지의 행태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몇 년 전에 제왕절개를 하는 산모는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식의 글을 쓴 중년 남성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여배우 케이트 허드슨은 “제왕절개는 게을러서 했던 일”이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자연분만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골반이 좁으면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자연분만이 회복도 빠르고 아이에게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골반에 아이 머리가 끼는 바람에 제왕절개를 위해 응급수술에 들어간 산모도 본 적이 있다.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몸에 흉터도 남지만 회복 기간도 더 길다고 들었다.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면 그걸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제왕절개에 비해 출산 후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제왕절개가 더 안전한 출산이 될 때가 있다.


출산에 대한 지식도 없이 자연분만이 좋다며 무조건 고집하는 저 댁의 시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며느리는 자식이 아닙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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