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상자

밥블레스유

밥 한끼가 주는 위안

by 기록 생활자


성찬이다. 식탁 위에 차려진 풍성한 음식들도 그렇지만 거기에 곁들여진 언니들의 수다는 말의 성찬이다. 푸드 테라피라는 말이 딱 어울리지만 너무 무겁지 않고 경쾌하다. ‘밥블레스유’에는 언니들의 상황별 음식 추천도 잇따른다.


진상 고객 때문에 힘들었다는 사연의 신청자에게 밥블레스유의 맏언니 최화정은 따뜻한 집밥을 먹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추천한 음식은 소고기 뭇국이었다.


해마다 명절에 소고기 뭇국을 끓인다. 차례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소고기 뭇국에 국물을 담백하고 맑게 내기 위해서는 소고기 핏물을 오랫동안 빼야 하고 끓일 때 거품을 계속 걷어내야 하며 오래 끓일수록 진한 맛이 우러난다. 이 과정은 지루하지만 정성을 쏟은 만큼 맛있는 국물의 소고기 뭇국이 나올 때 왠지 보람 있다. 요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맛은 대체로 비례하는 것 같다. 맛있는 요리일수록 고수들의 남다른 비법이 존재하며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내게 소고기 뭇국은 일상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국물을 맑게 만들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송을 보면서 정말 지치고 힘들 때 소고기 뭇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위안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어머니는 자주 미역국을 끓이셨다. 미역국이 피를 맑게 해줘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 시험 치는 날에 공교롭게도 집에서 미역국이 끓고 있으면 짜증부터 났다. 나중에 그것이 우리를 위해 끓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그렇게 짜증이 낸 것이 미안해져서 일부러 두세 그릇씩 맛있게 먹었다.


밥 한끼에 들어가는 정성과 시간은 때론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한끼의 밥으로 우리는 생명을 이어갈 수 있고, 그런 날들이 이어져 한 사람의 삶이 된다. 삶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그 반복된 밥 짓기의 노동 속에 들어 있는 어머니의 사랑과 힘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 밥 한끼에 위안을 받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리라. 밥블레스유는 마음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한 끼니의 밥. 그 밥에 대한 이야기가 맛있게 차려지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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