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상자

엄마의 미역국

by 기록 생활자

출산 후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엄마의 미역국이었다. 엄마는 때때로 미역국을 끓였다. 여자들에게 한달에 한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날에도. 피를 맑게 해줘 여자들에게 좋다며 미역국을 끓이곤 하셨다.


산후조리원에서 먹었던 미역국

시험 치는 날에 미역국을 끓이실 때도 많았다. 시험을 잘못 칠 거 같은 불길한 생각에 짜증부터 냈다.


미역국 먹으면 미끄러진다고


엄마는 다음부터 시험 기간에는 조심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몰랐다. 때때로 미역국을 끓이는 엄마의 마음을.


출산을 하고 나서 미역국을 먹으며 출산 직후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젖이 잘 돌도록 물리도록 먹으면서도 모유수유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역국을 먹고 또 먹으며 몸을 추스리며 엄마의 미역국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물려서 남기거나 버리는 미역국을 먹으며 엄마의 마음을 생각했다.


자식을 낳았을 때, 또 생일에 먹게 되는 미역국.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을 못 먹으면 인덕이 없다며 꼭 챙겨주시던 미역국. 그렇게 지겨워했던 미역국이 아이를 낳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며 좋아졌다.


엄마의 미역국은 사랑이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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