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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y 08. 2018

괜찮은 사람

‘불확실성’의 공포

이 책의 제목인 '괜찮은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 종종 입 밖으로 나오기도 하는 말이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

"응. 괜찮은 사람이야.”


그런데 사실  이 말만큼 모호한 말도 없다. 그건 그냥 느낌일 뿐이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느낌에 기대는 말이라서다. 강화길의 소설집 '괜찮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주관적인 느낌에 속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기고 그 사람의 실체를 마주하게 한다.

어떤 부분에서 왜 괜찮다는 것인지 알지 못하면 정확하게 볼 수 없다.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라서, 상냥해서 괜찮다는 건가? 사실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하는 말은 아닐까? 느낌이라는 것만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도 없는데. 그 느낌에 속아 때로는 사랑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느낌에 발목이 잡힌다. 그냥 느낌이 좋다고 덥석 믿어도 되는 걸까 생각해보게 한다. 사실 그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되는 공포. 느낌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확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데서 오는 무서움, 두려움, 불안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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