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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y 16. 2018

작가의 책상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작가의 책상에 관한 이야기

운동할 때 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운동할 때나 뭔가 청소나 이런 일 할 때 이런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읽었던 거 같은데, 그때 들으면서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군 생각했었다. 그냥 들으면 되는 거니까.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귀는 열려 있으니까 그냥 틀어놓으면 들을 수 있다라는 거였다. 암튼 운동할 때  ‘오디오 클립’을 듣는데, 어제 들었던 내용 중에 글 쓰기 전에 커피를 마신다라는 게 나왔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집필한 강원국 작가가 말한 건데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서 집에 와서 씻고 마시고 글을 쓴다라고 하는.

백승권 작가가 이런 종류의 뇌과학자의 연구가 있느냐라는 식으로 약간 따지는 투? 그래서 강원국 작가가 기분이 나빴는지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대꾸하고 그래서 좀 놀랐다. 난 들으면서 ‘작업 흥분’이랑 관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왜 했느냐면 글쓰기 전에 많은 작가들이 어떤 의식처럼 행하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노희경 작가의 경우에는 매일 아침 명상과 108배를 하고 글을 쓰신다고 하고.


이 책에도 보면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기 전에 하는 행동들이 나온다. 토니 모리슨은 매일 새벽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바라보고, 헤밍웨이는 스무 자루의 연필을 깎으며, 리타 도브는 오두막집으로 가고 (일종의 작업실이라 생각하면 될 듯), 제임스 미치너는 항상 차를 공양하는 선사처럼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작업 흥분은 일종의 뇌에 시동 걸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는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에게서 나왔다. 작업 흥분은 하기 싫었던 일도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열심히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일을 시작을 하면 뇌가 흥분을 해서 일에 맞는 모드로 전환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침대만 정리하려고 했다가 방 전체를 청소하게 되는 그런 현상을 말한다. 일단 시작하면 우리 뇌의 측좌핵이 자극이 되어서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글을 쓰기 전에 주변을 정돈한다던지,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신다던지 (이건 꼭 글쓰기 뿐만 아니라 청소나 요리같은 걸 하기 전에도 차 한 잔 마시고 시작하자며 시작하는 사람 봄) 이런 행동들이 어떻게 보면 뇌를 미리 준비를 시키고 “나, 이제 그 일 할 거야”라고 신호를 주는 행위일 수 있다.

그래서 작업 흥분이랑 관련이 있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커트 보니것의 아내이기도 한 사진작가 질 크레멘츠가 작가들의 책상을 담은 사진을 모아놓은 책이다.

여기에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가 인용되어 작가들의 작업 방식, 책상에서 글을 쓰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담겨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작가들의 책상이 내 책상보다 훨씬 더 지저분하다는 걸 알고 나서 나는 내심 크게 안도했다”고 감사의 말에서 밝히기도 했다. 창조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예술가들의 책상은 대체로 어질러져 있다고 한다. 잘 정돈되어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도 하는데 어질러진 책상에서 더 창조적인 생각이 쏟아져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 예술가들의 집안은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의 말씀에 따르면 대부분 이 작가의 원서는 절판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국내에 출간되어 나오게 됐다고 한다.



작가 조지 플림턴의 책상

내가 이 책을 사고 싶었던 것은 책 표지 디자인도 매혹적이긴 했지만 조지 플림턴의 책상 사진 때문이었다. 조지 플림턴은 쌍둥이로 추정되는 아기 두 명이 젖병을 빨고 있는 방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책 소개에 나온 그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 혼돈의 아비규환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고 깊은 인상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글쓰기란 창조적인 작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출력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의 힘을 알기에 글이 만들어내는 선善또한 인정한다.”(116쪽)라고 베로니카 체임버스는 말했는데 그 말을 접하고 글의 영향력, 선한 영향력을 믿는 사람들이 곧 작가이며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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