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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Aug 13. 2018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마주 보며 나누는 이야기

마주이야기란 '대화'의 순우리말이다.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대화라고 하니까, 마주이야기란 마주 보며 나눈 이야기를 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주이야기는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 EBS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접했다. 채널을 돌리다가 잠깐 접한 것이었다. 유치원에서 마주이야기 교육을 하고 있는 유치원 원장님이 출연한 다큐멘터리였다. 그날 방송에 출연한 분이 이 책을 쓰신 분이었다.

 
아이와 나눈 대화를 공책에 기록하는 마주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참 좋게 느껴졌고, 그 방송을 보며 나중에 아이가 커서 말을 잘 하게 되면 나중에 아이와 나눈 대화를 기록해봐야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 마주이야기는 그 이전에도 쓰고 있었다. 남편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이 그것이다. 아무튼 마주이야기를 쓰고 있던 중에 관련 책도 나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어 구입하게 된 책이다.  

마주이야기를 통한 유치원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조금 거부감이 드는 얘기도 있었고 반복되어서 나오는 얘기도 있었다. 거부감이 들었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남민지는 유치원에서 마주이야기로 자랄 때, 엄마가 "민지야, 사랑해." 하니, "엄마, 이젠 그런 소리 하지 말어. 나는 이제 커 가지고 그런 말 안 해도 엄마가 나 사랑하는 줄 알거든."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가서 국어 시간에 민지가 쓴 글을 보니, "엄마에게, 엄마, 저를 이렇게 예쁘게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 말도 더 잘 듣고 동생과 싸우지 않겠습니다. 오래오래 살아야 되요. 알겠죠? 사랑해요."하고 썼습니다.

예쁜 말, 착한 말 다 찾아 썼지만, 다른 애들하고 똑같은 글입니다. 지금까지 마주이야기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 많이 들어 봤지만 이런 말을 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마주이야기를 쓰지 않으니까 이렇게 뻔한 글이 되는 것입니다. (262쪽),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이고, 아이 생각이 더 자라서 일 수도 있다. 마음을 말로 표현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수도 있고. 어째서 뻔한 글이라고 하는지,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왜 무시하는 건지. 좀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마주이야기 공책을 펼쳐 읽으며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음식들로 식단을 꾸리고 아이들의 말을 더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좋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는 말, 맞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어른, 부모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아이들도 꼭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못 하게 하면
거칠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 문제, 청소년 문제가
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못 하고 자라서,
쌓이고 쌓여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223쪽),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_ 박문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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