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Aug 27. 2018

악스

매순간의 선택으로 구성되는 삶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악스>

레몬의 동료는 밀감이다


결국은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다. 레몬의 작업 동료 닉네임이 밀감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소설에 주인공은 풍뎅이다. 문방구 제조업체에 다니는 영업사원이다. 그러나 그가 풍뎅이로 불릴 때는 그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때다. 그는 킬러이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고 또한 한 아이의 아버지이다. 그런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였다.


공처가 킬러의 이야기


‘악스’는 표면적으로 보면 킬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런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근 풍뎅이는 공처가로 그려진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헌신적인 아버지이다. 그는 어릴 때 일찍 부모님을 잃은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가 어떻게 그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는지 작가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가 지키려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그가 지키려는 세계


그가 자신을 던져서라도 지켜내고 싶어하는 세계는 아내로부터 왔다. 한 여자를 만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세계로 걸어들어온 것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킬러의 세계가 어둠이라면 그가 부서질까 조심히 다루는 세계는 빛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의 따뜻한 온기. 풍뎅이는 그것을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어둠의 세계에 계속 몸 담글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의 딜레마였다.


삶의 굴레 속에서 고뇌하는 회사원


남편에게 이 소설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이야기해주었더니 영화 <회사원>이랑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듣고 보니 그도 그런 것 같았다.


소지섭 주연의 영화 <회사원> 스틸컷

누구나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싸운다. 멈추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는다. 가정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의, 한 남편의 이야기였다.


빨리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고기를 입 안 가득 넣으며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정을 잃은 채 사라져 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악스, 147쪽_이사카 코타로


“인간은 크게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인생의 매순간 순간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풍뎅이는 해충으로 분류되지만 한방에서는 경풍(驚風)의 약재로도 사용된다. 결국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일 것이다.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매순간의 선택으로 구성되고 남는 것이 삶이기에.

조금 울었던 것 같다. 재미 있을 거 같아 선택한 책이었는데 재미도 있었지만 감동도 있었다. 여운이 깊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