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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Oct 24. 2018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 “명당”

영화 명당 스틸컷


삶의 터전이 되는 땅. 그 땅에는 어떤 기운이 흐른다고 믿기에,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땅에 관한 이치를 살피는 풍수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거 아닐까 싶다. 풍수지리학은 대학교에서도 가르칠 정도로 (풍수지리학과 있다)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기도 한 것 같다.

땅의 기운까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살았던 집에서 기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아주 무시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예전에 이상하게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다세대 주택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 집에 앞서 살았던 사람은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로 반년을 살고 나갔다고 했다. 집값이 쌌기 때문에 결정을 한 것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런 얘기도 듣고 해서 그런지 처음부터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편의 아는 사람이 소개한 집이고 집값이 헐었기에 그냥 살기로 결정을 했다.

이사를 가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 교통사고가 났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병원에 몇 주 입원해 있어야 했다. 그 집에 살 때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일을 했는데 (재택근무) 낮에 일을 하고 있으면 갑자기 형광등 불이 꺼졌다 켜진다거나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힌다거나 했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몸이 늘 무거웠으며 잦은 두통에 시달렸다. 남편도 이상하게 집에 들어오면 몸이 무겁고 피로하다고 했고 나 역시 그러했다. 그 집에서는 늘 향냄새 같은 것이 났다.

집 근처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있었는데 알아보니 향냄새가 나는 담배 종류도 있다고 해서 그래서 나는 냄새일 거라 여겼다.

어느날 자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여자 웃음 소리였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였다. 그 소리를 듣기 전에 무당들이 귀신 부를 때 흔든다는 방울, 그 방울 흔드는 소리 같은 것을 들었다. 그 동네 인근에 무당집이 있었다. 그래서 들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왠지 께름칙해서 찬송가를 크게 틀어놓으면 그런 소리가 안 들렸다.

낮에도 그런 소리를 종종 들었고, 그때마다 찬송가를 틀었다. 방울 흔드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무서워하니 들리는 것 같아 부러 큰 소리로 "누가 이 새벽에 쳐웃냐"라고 말하며 내쫓으니 그런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마음 속으로 십자가를 그으며 두려움을 떨치려 애썼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남편에게 여자 웃음 소리 같은 것을 못 들었느냐 물으니 못 들었다고 해서 소름이 더욱 끼쳤다.

이후 문이 저절로 닫히거나 열리는 일이나 형광등이 꺼졌다 켜지는 일 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 향냄새도 나지 않았다. 나는 태몽을 꾸고 임신을 했고 남편은 승진을 했다. 출산 후 얼마 안 있다가 이사를 나오게 되었다.

이사를 나오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이후 알아본 바에 의하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집은 터가 안 좋은 곳으로 집터로는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여자 귀신이 있는 경우 집에서 향냄새가 날 수 있다고 하는데 여자 웃음 소리 같은 것을 들었으므로 그래서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이사 가기 전에 그 집에서 살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 집에서 이사를 나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내가 그 사실을 알면 께름칙해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집을 드나들던 집주인 친인척에게서 향냄새가 가끔 났는데 우리가 이사 나오고 몇 년 안 되어서 그 분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이사를 나오고 나서도 한참동안 집이 나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암튼 다른 건 모르겠지만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집에 살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어머니에게 그런 얘기를 하니 그 집이 도깨비 터였던 거 같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내가 기가 세서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 터의 기운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서 살면 잘 되어서 나오고 터의 기운을 누르지 못하는 사람이 들어가면 쫓기듯 나오게 되거나, 우환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크게 나쁜 일을 겪지는 않았고 임신하고 더 좋게 이사를 나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도깨비터라고 생각하신 듯.

암튼 그런 집에는 사람이 오래 살 수가 없나봄.


영화 명당 스틸컷

암튼 여기까지는 내 썰이고.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이 영화는 사실 결말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에 흥선대원군이 등장하는데 흥선대원군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풍수를 보는 일을 하던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은 왕에게 왕릉에 관한 직언을 했다가 장동 김씨 가문의 표적이 되어 가족을 잃게 된다. 그는 친구 구용식(유재명)과 함께 사람들에게 명당을 알아봐주며 돈을 벌고 지관으로 명성이 자자해진다. 김좌근(백윤식)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며 살고 있는 그의 앞에 흥선대원군(지성)이 나타난다.


영화 명당 스틸컷

왕손이지만 김좌근 집안에 의해 개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던 그는 명당을 통해 왕손으로서의 자리를 되찾고 세력을 펼칠 꿈을 꾼다. 부귀영화를 위해 왕릉까지 넘보며 빼앗고 훼손했던 김좌근과 그런 김좌근 일당을 몰아내고 명당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흥선대원군.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지관 정만인(박충선)과 땅의 기운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찾고자 하는 지관 박재상(조승우)의 삶이 대비되어 그려진다.

이 영화에서 지관 박재상은 땅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명당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이다.


또 이렇게도 얘기한다.


죽어서라도 만대의 영화와
권세를 누리겠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 앞에는 애비도 없고
자식도 없는 것이
어찌 만대의 영화와
권세가 되나, 이 말이야.

그는 영화 말미에 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좋은 터 잡으러 가야지.
사람을 묻을 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땅.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좋은 터.
이제 그런 땅을 찾고 싶네.


땅에는 사람이 산다. 결국 땅의 기운이라는 것도 사람의 영향을 받는 거 아닐까 싶다. 열심히 사는 사람, 욕심 없이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는 도깨비가 그런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탐욕스러운 사람은 싫어해서 내쫓는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하는 도깨비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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