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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11. 2018

외투 •코

러시아의 관료제도에 대한 신랄한 풍자

외투 · 코는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 소설집이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외투>, <코>, <네프스키 거리> 3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왜 이 작품을 한데 모아 묶었는지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됐으며, 출판사의 센스에 감탄했다.

이 세 작품은 각각 다른 이야기이지만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외투>

외투에는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라는 9급 관리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봉급도 얼마되지 않아 새 외투를 살 돈이 없어 낡은 외투를 수선해 입고 다녔다.  그 외투는 닳고 닳아 내복과 같은 상태가 되었고 더는 수선할 곳도 없어지게 됐다.


살갗을 에이는 칼바람에 그는 외투를 수선하러 갔다가 더는 그 외투를 수선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그간 저축해둔 돈과 뜻밖에 다른 때보다 많이 나온 상여금으로 외투를 장만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새 외투를 지어 입게 되고 동료들은 그를 위해 축하 파티를 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낯선 사내에게 외투를 도둑 맞고 만다. 그는 외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외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병을 얻어 사망하고 마는데, 그 후로 거리에서 사람들의 외투를 훔쳐 가는 그의 모습과 똑닮은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진다. 그리고 장관의 외투를 빼앗아 간 그 유령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코>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아침에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가 빵 사이에서 잘린 코를 발견하게 되고 깜짝 놀란다. 술에 취해 8급 관리인 코발로프의 면도를 해주던 중에 코를 실수로 베어버린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그 코를 천에 감싼 후 강에 몰래 갖다 버린다.


8급 관리 코발로프는 코에 난 여드름이 신경 쓰여 거울을 보던 중에 코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자신의 코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거리에서 양복을 빼입고 마차에 올라타 있는 자신의 코를 보고 놀란다. 그는 그 코를 '코신사'라 부르며 뒤쫓아가게 되고, 성당 안에서 코와 만나게 된다.

코발로프는 자신의 코에게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겨서 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계실 듯한데요. 그런데 이런 성당 안에서 뵙게 되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말해보지만 코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그리고는 "당신이 무언가 잘못 생각하신 모양이군요. 이것 보세요! 나는 어디까지나 자 자신입니다. 더군다나 나하고 당신 사이에는 어떤 밀접한 관계도 있을 수 없어요. 당신 제복에 달린 완장만으로도 나와는 다른 관청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군요."라고 말하며 선을 긋는다.

코발로프는 코가 없는 채로는 사교 모임에도 나갈 수 없고 자신의 출세에 도움이 될 여성들과 교제할 수도 없을 거라 생각해 절망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이 그에게 코를 찾고 있지 않으냐며 찾아와 그의 코를 내민다. 그는 자식 교육에 허리가 휘는 듯한 경찰에게 돈을 찔러 넣어주고 돌려보낸 후 코를 제자리에 붙이려 하지만 그게 붙을 리가 있나.


그는 의사를 부르지만, 의사는 그 코를 억지로 붙이는 것보다는 그냥 코가 없는 그대로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말하며 수술을 해줄 수 없다고 얘기하고 돌아간다.

그 사이에 코발로프의 코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오후 세 시만 되면 네프스키 거리를 산책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코발로프의 코는 다시 그의 얼굴에 저절로 돌아가 붙는다.


코발로프는 코가 제자리에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의기양양해지고 사교 모임에도 다시 예전처럼 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발사를 찾아가 면도를 부탁한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그의 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흠칫 놀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코발로프의 면도를 해준다.   

<네프스키 거리>

네프스키 거리에는 화가 피스카로프가 등장한다. 그는 네프스키 거리에서 한 여인을 보고 반해 무작정 뒤를 쫓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기혼 여성이었고 그는 그녀를 사랑해 청혼하지만 거절 당하고 실의에 빠진다. 중위 피고로프 역시 그녀에게 반하지만 망신만 당하고 잊게 된다. 네프스키 거리에는 코가 필요 없다며 코를 잘라 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외투가 간판인 사람이 등장한다.


이는 앞서 등장한 코에 등장하는 코가 잘린 8급 관리 코발로프와  '외투'에 등장하는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를 연상시킨다.

모든 것이 꿈과 같으며 모든 것이 보기와는 다른 네프스키 거리. 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이상한 일 투성이며 모든 것이 허상이라 무엇도 믿을 수 없다고 화자는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겉보기는 그럴싸하지만 그 속은 텅 비어 있는 관리들의 모습을 통해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러시아의 관료제도를 비판하며 풍자한다.

러시아 문학은 <외투>에서 나왔다고 이야기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은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라고 한다.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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