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사람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제1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인 한 강 작가의 '작별'과 후보작에 올랐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집이다. 작별이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고, (한 강 작가는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이승우 작가의 소돔의 하룻밤, 정이현 작가의 언니. 이렇게 세 편의 작품이 인상 깊었고 좋았다.
작별은 어느날 눈사람이 된 이혼녀가 주인공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나간 연하의 남자 친구가 있다. 또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도 있다. 그녀는 실직 상태에 있는 연하의 남자 친구를 만나며 밥을 사준다. 그가 실직 상태로 지내면서 밥을 굶은 날들이 많다는 것을 그녀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집이 가까워서 그녀가 다니던 회사에 지원했다고 말하는 그 연하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그릇으로 국수를 넘겨주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준다.
“이십 분이면 걸어올 수 있어서, 순전히 그것 때문에 지원했던 거예요. 버틸 수 있을 때까지만 버텨볼 생각이었어요. 한두 달 월급이라도 받을 때까지.”
그는 이 얘기 끝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어쨌든 그럼 조금 더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생존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그녀 역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해고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물가의 벤치에서 잠시 졸았다. 그녀가 조는 사이 눈이 내렸고, 그녀는 깨어보니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어떤 조짐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눈사람이 된 상태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작별을 준비한다.
자신의 아들과도 그와도 그녀를 눈사람이 될 동안 내버려둔 세상과도. 그녀는 따뜻한 피가 끓는 사람이어서 누군가와 체온을 나누는 동안 녹아내리고, 누군가와 마지막 입맞춤을 하며 따뜻함을 견디고 그렇게 허물어진다.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고, 가슴 한켠이 아려 책장을 넘기다 덮었던 순간도 있었다.
읽는 내내 춥고 시렸다.
사람이 왜 눈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어디서부터 사람이고 어디서부터 눈사람인가. 사람이 눈사람으로 변하는 그 과정에는 무엇이 있는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