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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22. 2019

내가 그대를 잊으면

응달 속 삶의 풍경을 그리려 했던 작가의 미발표 유고집

이 다음에 올 말은 “당신이 나를 기억해주세요”였다. 내가 그대를 잊더라도 당신은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것.

트루먼 카포티의 단편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그러하듯이 트루먼 카포티의 미발표 유고집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소외된 인물들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동백 나무를 팔 수 없는 할머니(벨 랜킨 양)와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개에게 마음을 주는 소년(이것은 제이미를 위한 거예요)과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 좋아하는 소년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그가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소녀(내가 그대를 잊으면)가 등장한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트루먼 카포티가 소년시절에 쓴 작품들로 그가 세상을 떠난 후 30년이 지난 다음에 발견되어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습작기에 쓴 작품들이라 어떤 작품은 전개상 미흡해보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의 문장은 늘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웠다. 소외된 인물을 그려내는 따뜻한 시선은 소년기 때부터 그가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은 제이미를 위한 거예요’와 표제작인 ‘내가 그대를 잊으면’, ‘벨 랜킨 양’, ‘길이 갈라지는 자리’, ‘늪의 공포’가 좋았다.

‘제이미를 위한 거예요’를 읽으며 약간 마음이 아팠는데 역자 해설에 따르면 트루먼 카포티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로 늙은 친척과 우정을 나누며 문학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 그 자신의 모습이 ‘제이미를 위한 거예요’와 ‘루시’라는 작품에 투영되어 있는 거 같다.

트루먼 카포티는 친구가 선물해준 인 콜드 블러드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다. (인 콜드 블러드라는 작품을 집필할 때 카포티의 모습을 담은 카포티라는 영화도 이후에 봤음) 이후 다른 사람에게 이 작가를 추천해주었고 차가운 벽이라는 소설집을 통해 그의 단편 소설들을 읽고 팬이 되었다.


특히 ‘다이아몬드 기타’라는 작품을 읽고 그의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되었는데 편집자 ‘데이비드 에버쇼프’가 이 책의 후기에서 그 작품을 언급한 부분이 있어 반가웠다.


그의 미발표 소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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