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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r 16. 2019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견고한 루틴 속에서 쌓아 올리는 행복한 일상

읽으면서 공감이 갔던 부분도 많았지만 확언하듯 말하는 부분이 보여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했던 책이었다. 삶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말은 일기에나 쓰라죠’에서 일기 쓰기를 쓸데 없는 일로 표현한 부분 등은 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나빴던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일기에 기분 나빴던 일을 기록하면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또다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는 공감이 갔던 부분도 있었지만 소멸할 일기 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일기 쓰기란 사라질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의 기록이기도 하고. 또 일기는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았던 날의 기록도 담긴다. 일기를 기분 나쁠 때만 쓴다면 모르겠지만. 일기에 담는 내용은 저마다 다르고 형식도 다르다.


내 친구 중에 그날 있었던 일만 간략하게 일기처럼 기록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애의 일기 쓰는 방식을 좋아했다. 그 친구는 만화방에 가서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았다. 중요한 부분만 보면 된다고 했다. 휘릭휘릭 읽었다.


일기를 왜 그렇게 쓰느냐고 물어봤더니 "시간 없어서"라고 했다. 시간은 없지만 기록해두고 싶어서 간략하게 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친구를 따라서 그런 방식으로 일기를 써 본 적이 있었다. 재미있었다. 오래전에 썼던 다이어리를 보다가 그때 썼던 일기를 봤다. 다시 봐도 재미있다.


*송정, 민박집, 곤약 들어간 떡볶이, 술 주정하는 2人, 잠 못드는 밤, 터지는 폭죽, 동네 개 같은 수상한 아이들, 나무 그늘, 요거트 아이스 블렌디드 키위.

* 부은 눈으로 끓여 먹는 라면, 민박집 아주머니 괘씸한 눈초리, 늦잠 만끽, 금정산 케이블카, 다시 찾은 생수병, 방송 나온 아구찜 집.

친구들과 연말을 함께 보냈다. 그때 해 뜨는 거 본다고 송정 근처에서 잤다.  민박집이랑 연결을 해주는 브로커 같은 아저씨가 우리보고 민박집을 소개시켜 준다고 접근해서 따라갔었던 것 같다. 거긴 별로여서 안 들어가고 헤매다가 다른 곳에 들어갔다.


내 친구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왔다. 그래서 민박집 아줌마는 타지역에서 온 사람인줄 알았는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다. 그때는 성수기라 타지역에서 놀러온 사람이 많아 밤새 시끄러웠다. 폭죽 터지는 소리도 들리고. 곤약이 들어간 떡볶이랑 먹거리를 사들고 갔었다. 그때 함께 봤던 바다가 기억난다. 늦잠 자서 일출은 못 봤던 거 같지만. 그 다음날에는 금정산에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등산을 싫어하는지라 개고생하고 내려와서 아구찜을 먹었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하루였는데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동네 개 같은 수상한 아이들이라는 표현은 그때 같이 갔던 친구가 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내 기억에는. 이렇게 간략하게만 기록해두었는데 그날 있었던 일들이 어느 정도는 기억이 난다. 기록해두는 것은 그래서 참 좋은 거 같다.


그 몇 개의 키워드로 그날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일기 쓰기는 삶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일기가 의문의 사건을 해결할 단서로 작용하는 일도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명언을 인용하며 일기 쓰기를 쓸데 없는 일로 규정한 문장을 읽으며 불쾌감을 느꼈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 204쪽의 문장에서 “술이나 음식을 많이 먹거나, 노래방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다소 자기 파괴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 해결을 하는 것만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의 전부는 아니다.” 라고 표현했는데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고 위에 예시로 든 방법으로만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행위는 다소 건강을 해치는 일일 수 있어 자기 파괴적인 행위일 수 있지만 다른 행동이 왜 자기 파괴적인 행위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자의 편협한 생각이 드러나는 문장이 있어 읽으면서 약간 누군가를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조금은 불쾌하기도 했다.

이 책의 리뷰에서 ‘저자가 자기만의 루틴에 너무 빠져 있는 느낌’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책을 덮을 때 공감이 갔다.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이러한 부분 때문에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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