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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Feb 19. 2019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누군가의 생존기

박상영 작가의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 등장 하는 인물들은 어쩐지 지질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 인싸, 아싸라는 말이 유행하는 요즘 이들을 인싸와 아싸라는 말로 구분한다면 ‘아싸’에 가깝지 않을까?

영화 마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의 표지는 마치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왼쪽),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화성에 내려 구조를 기다리는 남자의 생존기를 그린 리들리 스콧감독의 영화 ‘마션’의 스틸컷 (오른쪽)
그래서 넌 어떻게 살아 남았니?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자연스레 비주류로 떠밀려 내려온 변방의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또 살아남았는지 그들의 생존기를 다루는 듯한 이 소설집의 내용을 접하고 나면 이 책의 표지 디자이너의 센스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익명성 뒤에서 우리는 누구와도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다른 나라에 있는 누군가와 연결될 수 도 있지만 그 익명성으로 인해 특정한 개인으로 남을 수 없고 그 익명성은 실제의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실제의 나와 SNS 세계 속의 나는 완전히 일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편집하여 드러낼 수 있는 세계가 SNS 세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의 삶은 그와는 동떨어진 외로운 것일 수 있음을 박상영 작가는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박소라를 통해 보여준다.

SNS라는 이름의 섬에서 익명으로 둥둥 떠다니는 난파선 같은 개인의 삶. 물질적인 것으로 쉽게 나와 타인의 계급을 나누며 서로를 소외시키는 시대에서 익명성 뒤에 숨은 개인은 어떻게 다른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던 소설집이었다.



어쩐지 핸드폰이 켜져 있기만 하다면
내 처지에 대해 맑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한 가장 거짓 없이
담백하게 업로드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박소라.
전직#피팅모델이자#사회운동가, 그리고
#영화감독. 이제는 #서른둘의 #파혼녀.
네 시간 전까지 있던 곳은
#부산국제영화제.
몸이 좋고 커야 할 것이 적당히 큰 군인의
#물주이자 #자살연습생. 말기 암에 걸린
엄마를 돌보는 #암수발녀.
조만간 #상주가 될 예정. 한때는 충실한
#약혼녀이자 #패리스힐튼의
#반려인이었으나
지금은,
#

부산국제영화제(134~135쪽),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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