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에 대한 사랑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그 이야기를 찾아가는 저자의 발걸음이 남긴 빼곡한 흔적들이 여러 장의 사진 속에 담겼다. 사람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래된 가게들이 ‘사람들의 필요를 연결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었다.’(58쪽)는 저자의 이야기를 접하며 사람으로 채워지는 공간도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무한히 확장될 수 있고, 사람 또한 자신이 머무는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든 장소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할 때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간 속에 어떤 순간들로 채워진 시간이, 삶이, 그리고 추억이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가게와 간판에 담긴 이야기들은 결국 누군가의 삶에 닿아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 책은 오래된 것에 대한 사랑, 지나온 시간에 대한 누군가의 삶에 대한 사랑 이야기로 채워져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간판에 상처가 생기고, 색이 바래고,
글자가 떨어져 자국만 남았더라도,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들은 제 역할을
감당하느라 생긴 흔적이라고 자연스럽게
바라볼 뿐, 버리지는 않는다.
덧칠을 하고 보수를 해서 계속 사용한다.
(40쪽), 버리지 않는 마음_장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