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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10. 2019

창백한 언덕 풍경

전쟁이 할퀴고 간 자리

종전 직후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이 소설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중년 여성으로 영국인인 두 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영국에 홀로 살고 있다. 그녀의 첫번째 남편은 전쟁터에서 숨졌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로 전쟁이 끝난 직후의 일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남편을 잃고 어린 딸 마리코와 함께 살아가는 사치코는 그녀의 이웃이다. 마리코의 삶과 사치코의 삶은 소설 도입부에서는 많이 다른 듯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진다.  

그녀는 첫째 딸 게이코를 임신했을 때 교류했던 이들 모녀와의 만남을 딸 게이코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 회상하며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전쟁 전의 일본을 그리워하는 에츠코(주인공)와 그녀의 시아버지.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직후의 일본을 떠나고 싶어했던 사치코와 그것을 거부했던 그녀의 딸 마리코.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에츠코의 딸 게이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 한 사람의 내면에, 그 내면의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과거를 그리워하거나(과오를 인정하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좋았던 시절에 집착함), 부정하고 외면하고 잊고 싶어하거나, 또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고 싶어했지만 거부당하고 결국 실패하고 마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전쟁이 남기고 간 상흔을 껴안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창백한 언덕 풍경(이것은 내면의 풍경이기도 했을 것이다)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과 그 시대의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제 신념에 따라
그 글을 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가타 상 시대에 일본의 아이들은
끔찍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치명적인 거짓말들을
주입식으로 배웠습니다.
가장 지독한 것은 그들이 보지 못하도록,
질문하지 못하도록 배웠다는 겁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앙 속으로 빠져든 이유입니다."

창백한 언덕 풍경, 192쪽 _가즈오 이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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