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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20. 2020

미드나잇 인 파리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깨달은 ‘오늘’의 의미

*남자주인공인 길 펜더 시점에서 써본 리뷰입니다.

미래를 함께하기로 한 약혼녀와 파리에 왔어요. 약혼녀와 틈틈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파리 관광을 다녔죠. 약혼녀 친구와 남자친구와 함께 말이죠.

약혼녀 친구의 남자친구는 처음부터 좀 밥맛이었어요. 가는 곳마다 잘난척, 아는척을 해댔거든요. 그때부터 혼자 다니고 싶어지더라고요.

약혼녀는 저보다는 여친의 남자친구와 여친과 어울려 다니더라고요. 그날도 저만 혼자 남겨두고 가버렸죠. 길을 잘못 들어서 멍하니 계단에 앉아 있는데 종탑의 종소리가 들렸죠.


그리고 그 차가 나타났죠. 대뜸 타라고 하대요? 그래서 얼떨결에 그냥 탔는데 말이죠.


세상에! 제가 살바도르 달리를 만났지 뭐예요!


제가 1920년대의 파리로 온 거였죠.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도 만났고 젤다에게 푹 빠져 있는 스콧 피츠제럴드를 걱정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만났죠. 정말 꿈같은 일이었어요. 따분했던 파리가 다양한 색채를 띠며 새롭게 다가왔어요.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 데이트도 했죠. 약혼녀가 있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푹 빠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이 시대에 머물러 있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죠.

하지만 그녀는 지금의 파리를 따분해했어요. 그녀는 벨 에포크 시대에 머무르고 싶어했죠.

저는 문득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죠.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하지만 그녀는 벨 에포크에 머무르고 싶어했고 우리는 그대로 헤어졌죠. 그리고 저는 약혼녀와 약혼녀 친구의 남자친구와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챘죠. 그리고 약혼녀와도 헤어졌어요. 그리고 전 파리에 남기로 했죠.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매일 매일이 선물이고 기적이고 마법이라는 사실이었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속에 행복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도 말이죠. 파리는 제게 그걸 가르쳐줬어요. 과거는 아무리 좋아도 지나간 것이고 우리는 현재에 머무르며 현재를 좋은 것으로 바꿔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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