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Dec 14. 2020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다정한 세계를 만났다

황예지 작가의 글과 사진은 메일링 구독 서비스인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를 통해 처음 만났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를 통해 독자와 만났던 글을 모은 것 같다.

앨리바바와 30인의 간헐적 구독자이기도 했던 나는 그때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글로 황예지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 글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노트에 필사를 했던 문장도 있었다.

아마 다음과 같은 문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딱 여섯 달을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긴 체류를 계획하고 떠나와 고작 반년 산 것이 우스웠으나 여기까지가 우리의 최선임을 인정했다. 영어가 조금 들리기 시작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며 경험한 것, 미국의 색감을 익힌 것은 내게 쭉 도움이 됐다.

아메리칸 드림_51쪽. 황예지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어떠한 시간이 주는 각기 다른 색깔의 감정과 사건들. 우리는 그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이 지내온 다채로운 시간과 삶의 색깔을 긍정하며 끌어안는 시선을 그때도 느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작가의 삶에 대한 긍정을 다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이 다채로운 시간의 색깔이 들어 있는 시간 상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낸 다정함이 글과 사진 곳곳에 묻어 있었다.

이 책에는 눈을 감고 빛을 느끼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에서 감은 눈은 흐릿하게 지워져 표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이 사진을 보고 약간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어둠 속에서 빛을 느끼는 것이 삶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삶에 대한 사랑은 다정한 세계 속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정한 세계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의 다정한 세계는 그녀의 삶 속에서 계속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슬펐지만 다정했고 아름다웠던 누군가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시간은 행복했다.


이제는 슬픔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 또한 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켰던,
끝내 들키고 싶은 모습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저의 시간을 드릴게요. 이 책을 덮으면
당신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에요.
아린 마음과 함께 우리가 다정한 세계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예지


매거진의 이전글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