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세계를 만났다
황예지 작가의 글과 사진은 메일링 구독 서비스인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를 통해 처음 만났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를 통해 독자와 만났던 글을 모은 것 같다.
앨리바바와 30인의 간헐적 구독자이기도 했던 나는 그때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글로 황예지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 글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노트에 필사를 했던 문장도 있었다.
아마 다음과 같은 문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딱 여섯 달을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긴 체류를 계획하고 떠나와 고작 반년 산 것이 우스웠으나 여기까지가 우리의 최선임을 인정했다. 영어가 조금 들리기 시작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며 경험한 것, 미국의 색감을 익힌 것은 내게 쭉 도움이 됐다.
아메리칸 드림_51쪽. 황예지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어떠한 시간이 주는 각기 다른 색깔의 감정과 사건들. 우리는 그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이 지내온 다채로운 시간과 삶의 색깔을 긍정하며 끌어안는 시선을 그때도 느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작가의 삶에 대한 긍정을 다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이 다채로운 시간의 색깔이 들어 있는 시간 상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낸 다정함이 글과 사진 곳곳에 묻어 있었다.
이 책에는 눈을 감고 빛을 느끼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에서 감은 눈은 흐릿하게 지워져 표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이 사진을 보고 약간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어둠 속에서 빛을 느끼는 것이 삶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삶에 대한 사랑은 다정한 세계 속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정한 세계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의 다정한 세계는 그녀의 삶 속에서 계속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슬펐지만 다정했고 아름다웠던 누군가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시간은 행복했다.
이제는 슬픔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 또한 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켰던,
끝내 들키고 싶은 모습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저의 시간을 드릴게요. 이 책을 덮으면
당신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에요.
아린 마음과 함께 우리가 다정한 세계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