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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09. 2020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삶을 위한 이야기들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 작가의 소설  문장을 미리 보기로 읽어본  읽고 싶어져 읽게  책이다.

 소설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무엇을 모른다는 것일까?  소설의 화자는  집안의 며느리이다.  문장의 다음 문장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그러니 말해보자면, 고모가  집의 악역이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고부 갈등이나 결혼한 여자로서 겪는 어떤 가족간의 갈등이  소설에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길이 갔다.  역시  집안의 며느리 입장이기도 하니까.

음복은 제사를 지내고  뒤에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위를 말한다.  

남존여비 사상이 짙은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차별을 받고 자라난 시누이로부터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어머니가 하는 행동. 그리고  보호 아래에서 고모의 미움을 한톨도 눈치 채지 못하는 남편에게서 아내인 화자는 어떤 혐오감을 느낀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건 남편이 모른다는 사실, 자신이 그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남편의 무지에 대한 혐오일 것이다.

남편의 할아버지는 베트남에 참전했다 돌아온 사람이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그런 남편에 대해 ‘왔는데 돌아오지를 않는다 말한다.

그날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일이었다.

명절이나 제삿날 풍경만큼 남녀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보여주는 풍경이  있을까. 여자들은 분주히 일을 하고 남자들은 기다리는 풍경.


다시 몸을 수그려 두번째 절을 했다. 이마가 바닥에 닿았다. 마음먹고 엎드리긴 했지만 역시 이상했다. 낯선 집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것도 내가   번도   없는 죽은 이를 위해 절을 하고 있었으니까.-음복, 강화길 _22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며느리는  모르는, 때로는 얼굴     없는 죽은 이를 위해 전을 부치고 요리를 하며 상을 차린다.


그러지 말고 이쪽으로 . 아니야 이쪽에 있을게. 각자의 이쪽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살짝 짜증이 났다. ‘당신이 그냥 이쪽으로 오면 되잖아.’ -강화길, 음복 _24

남편이 끌어당기는 그쪽이 낯설고 불편한 아내는 저만치 뒤로 물러선다. 그러나 남편은  이질적이고 불편한 세상으로 아내를 끌어당긴다. 결국 아내는 남편 쪽으로 끌려간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는 남편 쪽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져 있다. 제사의 풍경이 담긴  소설을 읽으며 여자로서 며느리로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작품집에 실린 모든 소설들이 좋았지만 특히 장류진 작가의 <연수>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 김봉곤 작가의 <그런 생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장류진 작가의 <연수> 읽으며 운전 연수 선생님이 여자이며 가정주부, 엄마로 설정된 것은 운전을 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일과도 닮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 뒤에서 지켜봐 주는 존재로 ‘엄마(부모님)’ 드러내고 싶어서 그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가고 있지만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는. 뒤에서 지켜봐주는 존재가 우리에겐 있다는. 엄마의 삶을 부정하고 싶지만 엄마의 헌신과 힘에 기대어 살아온 것은 부정할  없는 것이다. 그것을 초보 운전 딱지를 떼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비혼주의 여성의 이야기였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 비혼주의자가 되었던 주인공이 초보 운전 딱지를 가정주부이며 엄마인 중년의 여성을 통해 떼게 되며 그녀로 인해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는  과정이 그래서 어쩐지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바로 뒤에서  주시하고 있었고,  사실에 의지해 어느새   길을 혼자 달려왔다. -연수, 285_장류진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연수, 286_장류진


김봉곤 작가의 <그런 생활> 동성애자인 아들과 아들이 동성애자인 것을 처음 알게  어머니, 그리고 동성애자인 아들의 연애를 다룬다.


그런 생활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보이는데 (김봉곤 작가는 커밍아웃을  동성애자다)그런 생활이라는 제목은 소설 속에서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처음 알게  어머니가 아들의 연애를 에둘러 ‘그런 생활이라고 뭉뚱그려 말한 데서 나왔다.


 진짜로 그애랑 그런 생활을 했나?”-그런 생활, 111_김봉곤

 제목은 동성애자의 연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가늠해볼  있게 한다.

아들의 연애는 어머니에게 연애로 쉽게 인정할  없는 것임에도 이미 아들에게는 일상의  부분이라는 것을 어머니는 알고 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활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아들에게 그것은 생활이었고 삶의  부분이었다. 다만 그것을 아들의 연애로 받아들일   없는 어머니의 마음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그런 생활이라는 표현에서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지지한다. 지지할 수밖에 없다.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원한 사랑은 없을지도(150)” 몰라도 사랑은 언제나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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