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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Feb 03. 2021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어린이날 노래


어린이날이 되면, 아니 해마다 오월이 되면 저절로 떠오르는 동요 ‘어린이날 노래’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의 가사에도 나오듯 어린이는 자라는 존재이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한때 어린이책 편집자였고 현재는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어린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저자가 어린이와 생활하며 들여다본 어린이의 세계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아이가 어느날 내 품을 파고들며 “성인으로 다시 낳아주세요”라는 말을 했다. 어린이라서 안 되는 것도 많고 서툴러서 힘들다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이는 말했다.

어린이도 어린이라서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어린이는 어려서 힘들다. 어린이는 탐색자라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린다. 어린이는 어려서 서투르고 몰라서 저지르게 되는 행동들이 있다. 어린이는 모른 채로 태어나 주변을 탐색하고 점점 앎의 세계로 걸어들어가며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익히며 내면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은 비단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경험이라 부르고 또 지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린이는 지식이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나 때때로 사람들은 잊어버리고 어린이를 혐오한다. 어린이도 어려서 힘들다. 누구나 어린이라 힘들었을 때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자주 우리집 어린이를 생각했다. 아이인 것이, 서투른 것이, 실수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서 자신을 뱃속에 다시 넣었다가 어른으로 다시 낳아달라고 하는 우리집 어린이.

이 책에서 흉터를 찾는 어린이들처럼 팔에 점이 생긴 것을 좋아하며 자랑하는 우리집 어린이. 코로나 시대에 외갓집 강아지의 건강을 염려하며 외할머니께 개의 안부를 묻는 우리집 어린이. 벤치에 앉으면 키가 작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볼일이 급하다 해서 급히 내린 버스에서 인적 드문 풀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 노상에서 볼일을 보게 하니 화장실에 가서 보겠다고 참아보겠다며 창피하다며 체면을 중요시하는 우리집 어린이가 말이다. 이 책에 어린이도 실수하면 속상해하고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이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갔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있어요. 어른은 빨리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어린이라는 세계, 18쪽_김소영

오래전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척 아이를 돌봐주러 친척 집에 간 적이 있다. 외출 준비를 하는데 단추가 많이 달린 카디건을 아이가 입겠다고 했다. 어려서 혼자 입지 못할 것 같아 도와주겠다고 하자 자신이 할 수 있다며 울어서 사과를 하고 혼자 해보도록 한 일이 있다. 느리긴 했지만 아이는 혼자 그 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마쳤다.

그때 깨달았던 점은 어린이를 섣불리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린이도 스스로 해보고 싶어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어린이에게는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배움의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어린이의 성장을 도우며 어른도 동반 성장을 한다. 어린이날이 단순히 선물을 주고 받고 끝나는 날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린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와서 공감이 많이 갔다.

읽는 내내 어린이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덩달아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며 대하고 있는가, 또 어른이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 책이라서 어린이 가까이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과 다른 점뿐 아니라 남과 비슷한 점도, 심지어 남과 똑같은 점도 어린이 고유의 것이다. 개성을 ‘고유성’으로 바꾸어 생각하면서 나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 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고 할 때, ‘다양하다’는 사실상 ‘무한하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메리 올리버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완벽한 날들’’ 중에서) 91쪽, 어린이라는 세계_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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