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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r 29. 2021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나’로 설 수 있는 용기

동물원을 탈출한 호랑이와 비슷한 시기에 동거 중이었던 애인의 집에서  나오게  남자(경유).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시기로 했다는 애인의 말에 아늑한 애인의 집에서 나온 경유는 당장  곳이 없다. 친구를 찾아가지만 열애 중인 친구의 집에서 며칠 신세를 지기도 어려운 상황.


하지만 어찌어찌해서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정식으로 애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한우 선물 세트를  들고 애인의 집에 찾아간다. 그러나 애인의 집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상황. 알아보니 애인은 계약직으로 일하던 서점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상황이었고 집세를 올려달라는  주인의 얘기에 이사를 나갔던 것이라는  알게 된다. 경유 역시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경유는 급한대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나이며 변변치 못한 경력에 치여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일을 하게 된다. 친구의 집에  머무를  없게  경유는 캐리어를 끌고 모텔로 향한다. ​



어느날 대리운전 기사 일을 하던 경유 앞에 손님으로 나타난 그녀(유정). 그녀는 신춘문예로 오래전에 등단한 작가로 경유의  헤어진 여자친구였다. 경유에게 유정은 아직도 글을 쓰느냐고 묻고 경유는 그만두었다고 대답한다. 홀가분하다고 말하는 경유를 보며 조금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유정. 그렇게 간헐적으로 만나게 되는 유정과 경유. ​


경유는 힘들  자신 앞에 나타난 유정에게 마음을 기대며 힘든 시기를 건너가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정이 소설을 쓰지 못해 힘든 상태이며 자신이 예전에  습작 소설을 달라고 하자 그것 때문에 자신에게 연락을 했음을 알게 되고 실망한다. ​


동거하던 애인의 집에서 나오던  동물원 우리에서 탈출한 호랑이를 경유는 대리운전을 하러 갔던 곳에서 마주친다. 대리운전을 부탁했던 사람이 차를 세워 달라고 말한 곳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닌 황량한 장소였고 이에 이상함을 느낀 경유는 뒤돌아 보지만 그냥 돌아서서 가려다 호랑이의 눈빛을 마주하고 다시  차가 있는 장소로 돌아간다.  여성은 손목을 칼로 그었는지 피를 철철 흘리면서 경유에게 살려 달라고 말한다. 경유가 경찰에 신고하여 살게  여성은 앳된 외모의 만삭의 임산부였다. ​


경유는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라디오에서 유정이 외국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을 표절하여 등단한 사실을 알게 된다. 씁쓸함을 감출  없는 경유. 유정은 경유가  쓰는 것을 그만두었다고 했지만 그의 캐리어를 열어 옷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권을 발견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책장을 넘기며 씁쓸해하는 유정. ​


삶은 언제나 험난한 파도를 넘는 것처럼 살기 위한 싸움을 지속해나가야 하는 어떤 것이다. 경유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호랑이 탈을 쓴 남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가 원한 것은 우리 밖의 세상이었을 것이다. 생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호랑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나갈 야생의 자유를 원했을 것이다. 그것이 호랑이에게 더 잘 어울리는 삶이기도 하다. 무기력하게 던져주는 생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야생의 밀림을 자유롭게 누비며 사냥꾼으로서 사는 것. 호랑이를 응시하는 경유가 미소를 지었던 것은 마침내 경유 자신도 그 호랑이와 같은 것을 바라고 그리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호랑이는 결국 그 자신이었으므로.

경유는 더 이상 호랑이를 보고 도망치지 않는다. 마침내 나를 마주하며 나로 설 용기를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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