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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l 14. 2022

사랑과 성숙에 관한 이야기

Call Me by Your  Name

동성애가 등장하는 영화이지만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라기보다는 한 소년이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면서 성장하게 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다룬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83년 이탈리아. 가족 별장에서 다소 지루하게 여름을 보내고 있던 열 일곱 소년 Elio(티모시 샬라메)는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Oliver(아미 해머)를 만나게 된다. 학자인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의 보조 연구원으로 그가 찾아오면서 그해 여름은 무엇보다 뜨겁고 특별한 것으로 변해간다.


이 단어는 사실 라틴어가 어원인 그리스어예요. 라틴어로 ‘프라이코쿠움’ 또는 ‘프레코퀘레’라고 하죠. 아시다시피 ‘미리 익혀둔’
또는 ‘미리 익은’이라는 의미예요.

‘살구’의 어원에 관한 올리버와 아버지의 대화 중 올리버의 말.


소년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 남성이다. 올리버도 엘리오에게 끌림을 느끼지만 어른이기 때문에 소년인 엘리오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누르려 애쓴다. 소년의 사랑은 아직 덜 익은 풋사과 같고 올리버의 사랑은 더운 날씨에 이미 익어 있는 살구와 같다.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다가가는 것을 자제하려고 했던 것은 자신으로 인해 엘리오가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까 봐 그랬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영화에서는 드러난다. 엘리오는 올리버에 대한 마음을 접기 위해 다른 여학생과 짧은 만남을 가지기도 하며 방황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에 대한 마음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엘리오의 고백으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물론 올리버는 엘리오의 고백을 거절하고 그를 밀쳐내지만 결국에는 너와 나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내게 된다)​


결국 올리버와 엘리오는 행복한 한때를 보내게 되지만 방문자이며 이방인인 올리버는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두 사람은 이별 전 엘리오의 마음을 눈치챈 어머니와 아버지의 배려로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여행을 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예정된 이별을 하게 된다.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 것이고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몸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때가 와. 근처에라도 와 주면 감사할 정도지.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엘리오의 아버지가 이별의 상실감을 느끼는 아들에게 한 말




시간이 흐른 후 올리버는 엘리오의 집에 자신이 곧 결혼을 할 것이며 약혼을 한 상태라는 것을 알리는 전화를 걸어 온다. 그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엘리오. 올리버 역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모든 것을 기억 한다고 말한다. ​


서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은 너는 나고 나는 곧 너라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엘리오의 아버지가 아들과의 대화에서 서로 자기 자신을 찾았다고 말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의 존재로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장작이 타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엘리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


한 소년이 첫사랑을 통해 기쁨과 아픔을 겪고 성숙해지는 과정이 잘 담겨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뜨겁게 불타올랐던 사랑도 까만 재만 남게 될 때가 올지 모른다. 전부였던 것 같은 사랑의 감정도 소모되며 시간 속에 닳아간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일은 생애 무엇보다 눈부신 여름날의 빛으로 남아 있을 시간을 꺼뜨리지 않고 내면에 간직하며 오래도록 기억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또 소년은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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