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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y 09. 2021

산책자

로베르트 발저의 내면을 산책하다

밤의 호숫가를 걷는 듯한 독서


이 작품집은 소설가 배수아가 번역을 한 책으로 2017년에 초판이 나온 책인데 최근에 이 책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작품집에 수록된 로베르트 발저의 소설 중 ‘원숭이’라는 작품을 읽으며 프란츠 카프카의 ‘학술원에의 보고’를 떠올렸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학술원에의 보고’에도 원숭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


옮긴이(배수아 작가)의 말에 의하면 프란츠 카프카는 로베르트 발저의 팬이었다고 한다.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 ‘원숭이’에서 영향을 받아 쓰여진 작품이 ‘학술원에의 보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어떤 작품이 먼저 발표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서는 어쩌면 누군가의 내면을 산책하는 일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달빛이 은은하게 드리운 조용한 밤의 호숫가를 천천히 걷는 듯한 산책 같았다.


산책을 즐겼다고 하는 그는 조용한 관찰자였고, 또한 사색가였으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삶을 음미하는 산책자였다.


나는 대지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내 입장입니다.
시간은 나에게 농담을 걸고, 나는 시간과
장난을 칩니다. 나는 근사한 대화거리를
생각해낼 능력이 없습니다.
낮과 밤은 내 동반자입니다.
아침과 저녁은 나와 절친합니다.
-가난한 시인으로부터 (76쪽, 한 시인이
한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_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산책자>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어둡고도 깊었지만 또한 아름다움이 빛처럼 스며들어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다. 좋은 책을 읽었다.


누군가 당신에게 예의를 갖춰 선물을 한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예의를 갖춰서 받으세요. 모든 순간을 음미하고,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학식 높은 사람들의 지적인 말보다는 당신 자신의 마음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127쪽, 한 남자가 한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_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산책자>​
그  누구도 내가 되기를, 나는 원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나를 견뎌낼 수 있기에
그토록 많은 것을 알고, 그토록 많은 것을
보았으나 그토록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말이 없음이여.
-로베르트 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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