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이야기의 힘
이 에세이를 읽으며 “와,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을 쓰신 작가 분을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아마도 꽤 진솔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선물 포장을 하는 여성의 동영상을 보고 작가가 느낀 바를 풀어놓은 대목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에 공감을 하며 읽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시절에 단골 선물 가게에서 선물 포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선물할 것도 아니면서 포장지를 고르고 리본을 골라 비용을 지불하고 선물 포장을 부탁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선물 포장을 어떻게 그렇게 잘 하시느냐, 나도 포장을 잘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냥 눈대중으로 하는 거라고 말씀하시면서 계속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고, 아줌마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다고, 별거 아닌데 멋지게 봐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던 주인 아주머니 생각도 났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이 솔직함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에세이는 솔직함을 무기로 하는 문학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에세이를 읽거나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그 분들이 자신의 인생의 길을 걸으며 터득한 지혜를 줍게 될 때가 많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인간관계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법이나 삶의 좋은 태도에 관한 지혜를 주울 수 있었다. 이 책을 덮으며 이 책에서 주운 지혜를 내 인생에서 지혜롭게 써 먹을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누더기 도사의 가르침은 한결같다.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 터득하는 것. 몸에 힘을 빼면서 정신은 칼처럼 날카롭게 벼리는 것. 뭐든 자연스럽게 하면서 욕심과 두려움에 눈멀지 않는 것. 모든 건 마음에 달렸다는 것. 자아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아시아의 변방에서 자라나 만화영화에서까지 그런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는 건 행운 같기도 하다.
내가 자라면서 갖게 된 마음속의 스승들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누더기도사 같은 사람들. 어깨에 힘을 뺀 사람들. 욕심과 두려움에 눈멀지 않았던 사람들. 느슨하지만 날카로운 사람들. 가끔은 지질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인간적이던 사람들. 세상의 속도보다 조금 느려서, 때로는 그 속도를 비웃어서 출세와는 거리가 있던 사람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봄이 오면 또 겨울이 온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던 사람들. 자연스럽게 살던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이 멋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세상은 멋있는 사람을 끝내 내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_48~49쪽, 한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