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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8. 2016

5일의 마중

간절한 기다림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한 가정에 불러온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 '5일의 마중'


이 영화는 찬란에서 수입, 배급한 영화로 51K, 배우 소지섭이 공동제공한 영화이다.

장예모 감독의 이 영화는 문화대혁명 때 잡혀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로 원작의 원제는 <죄수 루옌스>로  국내에는 <나의 할아버지가 탈옥한 이야기>로 출간되어 나왔다. 영화가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면 원작 소설은 남편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다고 한다. (원작 소설도 읽어봐야지)

남편 루옌스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도망을 쳐서 부인을 만나러 오는데, 무용을 하던 딸이 원하는 배역을 얻기 위해 아버지를 밀고 하면서 두 사람은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로부터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문화대혁명이 끝이 나고 루옌스는 무죄로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을 만나러 갔던 때 머리를 다친 것 + 딸이 남편을 밀고했다는 사실 + 심리적 충격으로 심인성 기억 상실증을 앓게 되어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남편은 집 근처에 기거하면서 부인의 기억을 돌아오게 하려고 애를 쓴다.

젊을 때 사진을 보여주면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딸에게 앨범을 가져오게 하지만 자신이 아내 곁에서 함께 찍은 사진에 자신은 죄다 오려져 있다. 자신이 세살 때 붙잡혀가 오랜시간 가족을 떠나 있었던 아버지를 미워했던 딸이 아버지의 사진을 죄다 오려내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옛 친구의 부인에게 찾아가 사진을 한 장 얻어온다. 그러나 아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떨어져 지낼 때 아내에게 말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편지로 쓴 것(부치지 못한 편지)을 읽어주기도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하고, 5일에 간다고만 쓴 편지를 부쳐 그날 역으로 나가지만 아내는 알아보지 못한다.   
 
당부의 말을 편지로 적어 읽어주기도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지만 알아보지 못한다니.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끝내 아내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달 5일이 되면 남편을 마중 나간다. 그런 아내를 부축해 같이 마중을 나가는 남편의 모습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시대적 아픔이 한 단란했던 가정에 몰고 온 비극과 상처와 기억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되거나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그녀가 끝끝내 남편을 곁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운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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