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 아, 저기 새 있다.
나 : 어디?
아이 : (손가락으로 나무 꼭대기를 가리키며) 나무 꼭대기 위에 새 앉아 있어.
나 : 어? 정말 그렇네.
아이 : 저 새 이름이 뭐야?
나 : 글쎄. 엄마는 새 이름 잘 몰라.
아이 : 음…(잠시 생각하다가)저 새는 검은 머리 새야.
나 : 검은 머리 새?
아이 : 응. 머리가 검으니까 내가 그렇게 지었어.
나 : 응, 저 새는 아마 다른 이름이 있을 거야. 하지만 뭐 참새도 그렇고 꽃 이름도 사람이 지은 거니까. 꽃 모양이나 색깔, 새 색깔이나 몸의 특징을 보고. 참새도 참새가 ‘저를 참새라고 불러주세요’ 그런 건 아닐 테니까. 그렇게 불러도 되겠다.
머리가 검은 새가 나무 꼭대기 위에 앉아 있었다. 며칠 전 함께 길을 걷다 그것을 발견한 아이가 새의 이름을 물어 보았고 나는 새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말해주지 못했다. 아이는 그 새의 머리가 검다며 검은 머리 새라고 이름 붙였다. 아마도 다른 이름이 있었을 것이지만, 새의 이름도 꽃의 이름도 따지고 보면 사람이 임의로 지은 것이니까. 누군가 이름을 주었고 원하든 원치 않았든 그 이름을 받아서 그렇게 불리는 것 뿐이니까.
부르고 싶은대로 불러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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