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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21. 2022

눈사람과 파괴자

아이가 만든 눈오리

올해도 어김없이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파괴하는 사람이 꼭 존재하는지 눈사람 파괴자에 관한 뉴스가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 한 귀퉁이를 장식했다.

작년에 길에서 본 화난 표정의 눈사람

오늘 본 뉴스 기사에는 한 대학교 건물 앞에 여러 사람이 7시간을 들여 만들어놓은 눈사람이 부서져 있었던 일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느해 겨울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던 작은 눈사람

나 역시 눈 사람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작은 크기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꽤 걸렸다. 주택에 살 때 집 마당에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아이가 자는 동안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깜짝 선물처럼 만들었다. 아이는 내가 만든 눈사람을 보며 좋아했다.


크게 만들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눈사람을 보면 나는 인증샷을 찍는다. 만든 사람의 마음은 그것을 만들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함께 그것을 보게 될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향해 있다.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흩어져 내려 도로와 인도 곳곳에 쌓인 걸리적 거리는 존재를 눈사람으로 만들어 그것이 영 쓸모없지는 않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작은 즐거움이고 계절을 만끽하는 작은 기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눈사람은 눈이 오는 것을 반기는 어린 마음의 순수한 기쁨과 행복을 대변하는 상징물이기도 할 것이다.


눈사람을 부수는 파괴자의 마음은 어떨까? 심리학자는 눈사람을 파괴하는 심리 저변에는 누군가 정성스럽게 만든 눈사람을 파괴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일상에서 오는 긴장을 이렇게 남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를 통해 일시적으로 긴장감을 해소하고 일시적인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얘기한다.


눈이 오면 길도 미끄럽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도 불편함을 겪게 된다. 그래서 대다수의 어른들은 눈이 오는 것을 어릴 때처럼 반기지 못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어떨까? 어린이도 어른처럼 불편함을 느끼지만 눈이 오면 여전히 좋아한다.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눈을 굴려 열심히 눈사람도 만든다.


눈이 오는 것을 어릴 때처럼 즐길 수 있는 동심을 간직한 어른과, 아직 어린아이들만이 눈사람을 만든다. 그것을 그저 눈으로 잠깐이라도 즐기는 것. 그런 마음으로 눈 오는 날을 바라볼 수 있다면 눈 오는 날에도 일상에서 작은 재미을 주울 수 있을 것이다. 눈 오는 게 여전히 불편하게 여겨질지라도 서 있는 눈사람을 보며 잠깐이라도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여유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물론 눈이 그치고 해가 비치면 눈사람은 자연스럽게 녹을 테고 때로는 더러운 물로 변해 흉물스럽게 보일 수 있다. 또 눈이 그쳤더라도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눈사람이 얼어 다소 위험한 무언가로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눈사람은 누군가 치워야 하는 귀찮은 일거리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발로 차서 부수는 일만은 하지 말자. 그것을 만든 누군가가 나누고 싶었을 작은 즐거움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마음은 늘 예쁘고 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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