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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20. 2022

붕어빵의 배신

누구나 지갑 속에 삼천원 쯤은 있는 계절이건만

작년 겨울이었나? 가을이었나? 동네에 붕어빵을 파는 노점이 있었다. 아이가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가서 가격을 물으니 한 마리에 오백원이라고 했다.


세 마리에 천원하던 것도 옛말이 됐구나 싶었다. 아이에게 한 봉지 사주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붕어빵 장사가 보였다. 아이가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해서 가까이 가 보니 그새 가격이 올랐는지 한 마리 천 원이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사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붕어빵의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를 위해 붕어빵 팬과 반죽, 팥을 구입해 집에서 구워 주었다.


홈메이드 붕어빵

작년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홈메이드 붕어빵이 넘쳐났다.

올해는 냉동 붕어빵까지 나와서 더 간편하게 집에서 붕어빵을 구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붕어빵은 내게 추억의 간식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붕어빵이 가득 담긴 봉투를 식을까봐 품에 소중하게 안고 귀가했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누구나 가슴 속에 삼천원 쯤은 있는 거잖아요”라는 (드라마 배우의 발음이 좋지 않아 등장했던 패러디 대사) 말은 붕어빵 때문에 나온 말이기도 했다.


https://www.insight.co.kr/news/422527

붕어빵의 배신이라는 제목으로 붕어빵 가격이 한 마리에 삼천원이라는 기사가 얼마전 인사이트에 올라왔다.


하지만 붕세권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붕어빵을 판매하는 노점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붕어빵 장사를 해도 남는  없는 세상인 것이  이유라고 한다. 물가도 오르고, 손님도 줄고. 편의점 간식 등에 밀려 국민 간식 붕어빵은  이름이 예전만 못하다. 얼마전에는 천원으로 올렸던 가격을 다시  마리에 오백원으로 내린 붕어빵 노점도 보았다. 장사가 안 되니 다시 가격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붕세권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붕어빵 장수를 찾기 어렵고, 붕어빵 가격이 오른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지갑 속에 삼천원 쯤은 있어도 붕어빵에 쉽게 손이 가지 못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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